살찐 부부는 임신 어렵다… 2세 가지려면 체중관리가 우선

입력 2020-08-17 20:17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부부는 아이를 갖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만이 임신에 방해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난임 해결을 위해선 남편과 아내 모두 체중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임신계획을 세운 부부들은 가장 먼저 건강관리에 나선다. 술과 담배를 끊기도 하고 영양제를 챙겨먹는다. 건강한 2세를 만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에 앞서 먼저 체중계에 올라갈 필요가 있다. 결혼 후 업무, 집안일 등 바쁜 일상에 치여 나도 모르게 살이 쪘다면 아이를 갖는데 남들보다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난임의 원인으로 늦은 결혼,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등이 주로 꼽히지만 비만 역시 임신을 어렵게 한다.

실제 부부가 비만인 경우 임신하는 데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2017년 미국립보건원(NIH) 연구에 따르면 비만 부부는 그렇지 않은 부부들에 비해 임신하는 데 55~59%의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의 비만만으로 출산 확률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과거엔 난임이 여성의 문제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부부 모두의 건강관리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에 앞서 부부의 신체상태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대의 비만율(2017년 기준)은 29.4%, 30대는 33.4%였다. 임신이 가능한 20, 30대 3명 가운데 1명이 뚱뚱하다는 얘기다. 특히 남성 비만율은 계속 높아지는데, 한창 가임기인 30대 남성 2명 가운데 1명이 비만에 해당됐다. 문제는 이 같은 남성 비만이 난임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 난임, 불임 치료를 받는 남성은 매년 증가 추세다.

대전 글로벌365mc병원 이선호 대표병원장은 17일 “남성 비만이 난임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체지방이 늘면서 과도하게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 전환효소’가 꼽힌다”면서 “결국 성호르몬 균형이 깨지며 정자 감소증, 무정자증, 발기부전 등 생식문제를 겪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인 것은 몸무게를 줄이고 정상체중 범주에 들어서면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된다”고 덧붙였다.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체중이 불어날수록 매달 일어나는 규칙적인 배란에 혼선이 생긴다. 비만은 배란이 잘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있다. 국내 여성의 10~35%가 이를 겪고 있다. 이럴 경우 원활한 배란이 되지 않아 임신이 어려워진다.

이 병원장은 “임신에 성공했더라도 비만하지 않은 여성보다 임신과정이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비만할 경우 고혈압이 동반된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난산, 거대아 출산 등 직접적인 문제로 다가올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출산 후에도 비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고생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임신을 앞두고 있다면 부부가 함께 체중 관리에 나서야 한다. 부모가 뚱뚱하면 자녀의 비만 위험도는 최대 6.6배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임신 과정에서도 태아의 지방세포가 커지며 비만 체질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무리한 체중 감량보다는 건강에 우선 순위를 둔 ‘정석 다이어트’를 택해야 한다. 무리하게 칼로리를 줄이기 보다 ‘식사의 질’을 따지는 게 중요하다. 부부가 함께 고단백질 위주 식사를 준비하는 게 좋다. 배달음식과 야식을 끊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쿼시나 트래킹, 테니스, 수영, 자전거타기 등 즐겁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 조차 힘들다면 저녁식사 후 함께 산책을 나가 빠르게 걷는 것도 도움된다.

간혹 지방흡입 수술을 통해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부도 있다. 실제 난임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몇차례 시도하던 여성이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흡입을 선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난임의 주 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지방세포’인 만큼, 지방흡입으로 문제가 되는 지방세포를 제거하는 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방흡입으로 난임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성호르몬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회복하려는 것이다. 다만 1년 정도 가까운 시일 안에 수술받고자 한다면 여성 보다는 남성이 받는게 유리하다. 이 원장은 “여성은 어떤 수술이든 임신 전후 6개월간은 피하는 게 좋다. 임신 후에는 호르몬 변화로 지방이 다시 쌓이고 체수분이 저류하면서 붓고 살이 찌기 쉽게 만드는 만큼 굳이 임신 직전 수술받을 이유는 없다”고 조언했다. 고도 비만인 여성이라면 임신과정에서 체중이 더 증가할 수 있어 지방흡입을 미리받는게 도움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라도 임신으로부터 충분히 떨어진 시점이어야 한다.

남성은 아이를 임신하는게 아닌 만큼 체중관리와 함께 3개월 정도 노력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방흡입을 받고 과도하게 쌓인 지방세포가 줄어들며 떨어진 생식능력이 회복되는 사례가 보고돼 있다.

임신 준비 중인 여성의 복부 지방흡입 수술은 괜찮을까. 이 원장은 “복부의 경우, 지방흡입 수술을 받으면 배에 뭉침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6개월 정도 회복 기간을 두고 임신준비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뭉침은 피하 지방층의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섬유모세포가 섬유질을 만들면서 수술 부위를 중심으로 덩어리를 만드는 현상이다. 다만 팔뚝이나 허벅지 지방흡입 수술의 경우 3개월 후 임신 시도를 해도 무방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