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여당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보수 계열 정당 지지율에 역전된 것은 그만큼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입법 독주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롯해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 실망감이 표출된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여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 나갈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국정기조 전반을 재조정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이런 결과마저 제 입맛대로 해석하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긴다면 현 정부의 레임덕은 더욱 앞당겨질 게 뻔하다.
리얼미터·TBS의 10~12일 여론조사에서는 정당 지지율(더불어민주당 33.4%, 미래통합당 36.5%) 역전뿐 아니라 중도층과 핵심 지지층이 여당 지지에서 돌아선 점도 주목된다. 중도층이 많은 서울에서 통합당 지지율은 39.8%, 민주당은 32.6%로 확연한 격차를 나타냈다. 민주당은 텃밭인 광주·전라에서도 전주보다 11.5% 포인트 급락한 47.8% 지지율에 그쳐 50%대가 붕괴했다. 국정운영이 얼마나 잘못됐으면 중도층과 함께 핵심 지지층마저 불신을 드러냈겠는가. 힘의 논리에만 의존한 176석 거대 여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 검찰 개혁인지 검찰 장악인지 헷갈리는 법무부와 검찰 간 충돌, 모두가 불만인 부동산 정책, 코미디 같았던 청와대 인사 잡음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이런데도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은 반성은커녕 시도 때도 없이 국민들 속을 뒤집는 발언만 늘어놓으니 국민들이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여권은 이제라도 ‘우리만 옳다’는 식의 오만에서 벗어나 주요 국정 과제에 문제가 없는지 재점검하길 바란다. 시급한 정책이 아니라면 뒤로 미루는 것도 방법이다. 또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야당과도 머리를 맞대야 하고 협치다운 협치를 해야 한다. 또 일부 청와대 인사들의 ‘찔끔’ 교체에 그칠 게 아니라 개각까지 포함한 폭넓은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실과 괴리된 상황 인식과 자화자찬에서 벗어나 당정청 모두 현 상황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국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오죽하면 여당 대표가 최근 수해 대책 회의에서 경제성장률 수치를 자랑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냐’고 주의를 줬겠는가. 여당도 이제는 청와대·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하라. 집권 4년차인데도 여태껏 청와대·정부의 방패막이 역할만 하니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는가.
[사설] 여권, 지지율 역전을 국정기조 전환 계기로 삼아야
입력 2020-08-1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