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시 주석의 외교 책사로 통하는 양제츠(사진)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이르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치국원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정부 인사들과 만나 시 주석 방한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되면 사드(THAAD) 배치 논란으로 한때 위기를 맞았던 한·중 관계는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된다.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중 외교 당국은 양 정치국원의 서울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다음 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 정치국원이 한국을 찾는 것은 2018년 7월 비공개 방한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이후 약 2년 만이다.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 등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과 만나 시 주석 방한 일정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한·중 양국은 올해 상반기 안에 시 주석의 국빈방한을 성사하기로 약속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우리 정부는 한동안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연내 방한으로 물러섰다.
올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일정이 함께 논의될 수도 있다. 한·중 양국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3국 정상회의를 연내 개최하자는 데 뜻을 함께해 왔다. 3국 정상회의 중국 측 대표는 리커창 총리다. 따라서 시 주석 방한과 3국 회의가 모두 성사될 경우 올 하반기 중국 권력 서열 1, 2위가 연달아 한국을 방문하는 셈이 된다.
중국 정상급 인사의 연쇄 방한이 이뤄지면 한·중 관계는 정상궤도로 복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 주석 방한 이후 중국의 암묵적인 사드 보복 조치가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
양 정치국원이 우리 측에 미·중 갈등 관련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반중(反中) 전선 참여를 연일 독촉하고 있다. 양 정치국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비난에 대한 해명을 우리 측에 전달하고 미국에 지나치게 밀착하지 말도록 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