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는 국가균형발전이다. 정부는 세종시 조성을 시작으로 전국에 혁신도시를 지정하며 균형발전의 기틀을 세웠다. 하지만 대전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혁신도시 지정을 받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며 대전혁신도시에 대한 요구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대전은 국가균형발전, 나아가 지역 내 균형발전까지 실현할 수 있는 혁신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탄탄한 내실·4차산업혁명 전진기지
정부가 2003년 전국에 혁신도시 10곳을 지정하고 153개의 공공기관을 이전할 당시 대전은 제외됐다. 인근에 세종시가 들어섰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전은 혁신도시 지정에 따른 공공기관 이전 및 지역인재 의무채용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 시기 연구개발특구가 전국에 확대 지정됐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대덕특구는 대전이 혁신도시에서 제외된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런데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은 다른 지역에 분원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도 대전시는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서의 내실을 착실히 다졌다. 26개에 달하는 정부연구기관과 53개의 민간연구기관이 대전에 들어섰고, 대덕특구 및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교통의 요지인 대전은 철도 관련 핵심기관, 특허 관련 중앙행정기관 등이 모여있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산업단지 4곳, 2100여개에 달하는 벤처기업도 입지했다. 서울·수도권에 편중된 연구개발(R&D) 및 과학기술 역량을 비수도권 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혁신도시 지정을 통해 더 발전시킨다면 국가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교통·주거·교육·의료 등 생활인프라가 풍부해 중부권 균형발전의 거점으로써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원도심 재개발, 지역 내 균형발전
대전혁신도시는 다른 혁신도시와 달리 낙후된 원도심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역 대도시 대부분 원도심 쇠퇴에 따른 지역 내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대전시는 낙후된 원도심을 재개발해 혁신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 내 불균형을 바로잡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개발 방식이 적용되는 대전혁신도시의 입지는 ‘대전역세권지구’와 ‘연축지구’로 정해졌다. 두 곳 모두 개발이 용이하고 접근성이 높아 균형발전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대전역세권지구는 대전역 주변 92만3000㎡로 정해졌다. 대전IC와 가까울 뿐 아니라 정부세종청사 BRT·대전도시철도 1호선이 다닌다. 향후 개통 예정인 도시철도 2호선도 지나게 되는 교통의 요충지다. 대전역세권지구에는 중소기업과 교통, 지식산업 관련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시는 이곳에 중소기업 관련 금융기관을 이전해 각종 중소기업 지원 시책을 펼칠 방침이다. 또 교통 중심지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철도교통 혁신클러스터와 첨단 지식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유치 예정 기관은 중소기업은행·중소기업유통센터·한국벤처투자 등 중소기업 관련 기관, 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네트웍스·코레일유통·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이다. 또 한국발명진흥회·한국지식재산보호원·한국특허전략개발원 등 지식산업 관련 기관도 유치한다.
연축지구는 대덕구 연축동 일대 24만8700㎡에 조성된다. 대전IC·신탄진IC와 인접해 있다. 정부세종청사 BRT가 지나고 있으며 향후 대덕특구 동측 진입로 및 충청권광역철도가 개발될 예정이다.
시는 이곳에 ‘동북권 제2대덕밸리’를 조성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대덕구의 쇠퇴가 심각한 만큼 이곳을 동서 균형발전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연축지구는 빅데이터·IoT·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혁신도시 실현에 방점이 찍혀있다. 시는 대덕구청을 이곳으로 이전시켜 광역행정타운을 조성하는 한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덕특구와 연계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내놨다. 중점 유치 공공기관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나노기술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이다.
▒ 허태정 대전시장
“원도심 활성화·지역 내 균형발전 동시 추진”
“대전역세권지구와 연축지구를 바탕으로 원도심 활성화, 동서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습니다.”
허태정(사진) 대전시장은 대전혁신도시 입지로 선정된 두 곳이 광역교통망 접근성 및 발전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대전역세권지구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교통·지식산업 관련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혁신도시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다”며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개발 사업비가 절감되고 조기에 완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축지구의 경우 과학기술 관련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동서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형 혁신거점 공간 확보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이라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덕특구와 연계한 혁신성장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허 시장은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좀더 특화시킨다는 전략도 내놨다. 대전역세권지구에 중소기업 관련 금융기관을 이전, 각종 정책 사업을 원스톱·패키지화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는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 유입을 유도하겠다”며 “대전혁신도시는 원도심 지역의 상실된 성장 동력을 회복시키고, 지역 내 불균형을 해소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