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적이 주춤하는 사이, 금융권에서 64.9%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한 곳이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부문 순익은 169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4.9% 증가했다. 많은 기업들은 하나금융의 약진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하나금융의 글로벌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을 만나 위기 상황에서의 성장 비결과 K금융이 해외로 더 뻣어나가기 위한 조언을 구해봤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대표 은행지주회사다. 하나은행은 6월말 기준 국내 최다인 24개국 198개 해외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만 각각 26개, 58개의 지점을 보유한 현지법인이 진출해 있다. 아시아, 미주, 유럽 및 중동을 망라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
이를 총괄하는 인물은 이종승 하나금융 글로벌부문 전무 겸 하나은행 글로벌그룹장이다. 그는 글로벌분야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금융권 글로벌 전문가다.
이 그룹장은 ‘발 빠른 시장 대응’과 ‘리스크 관리’ 등 기본에 충실한 노력을 높은 성과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시장 변화에 따라 “중국 법인은 ICT플랫폼기업인 알리바바와 제휴를 통해 상품판매채널을 확대하고, 신상품들을 출시하면서 자산 및 수익이 동시에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며 “장기 안정 자산인 국채 등 우량채권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과 채권매매익도 전년 동기대비 약160억원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리스크관리에 주력한 결과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그룹장은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기본’을 넘어선 ‘디지털 역량’에 따라 해외 성과가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급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e-KYC(비대면 실명확인)를 가능케 하는 기술과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어 향후 글로벌 리테일영업은 디지털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라인(Line)과 손잡고 현지에서 디지털은행인 라인 뱅크의 출범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모바일 채널인 ‘1Q 뱅크’, 모바일 송금플랫폼 ‘1Q 트랜스퍼’, 기업고객을 위한 글로벌 자금관리서비스 ‘1Q CMS 글로벌’ 등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그룹장은 K금융의 글로벌화에 대해서는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국내기업 지상사(지사 및 상사)를 두고 국내은행들끼리 경쟁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현지고객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빅 브랜치(Big Branch)전략을 통해 해외채널을 대형화하는 한편 현지인으로 구성된 영업팀을 꾸려 현지 우량기업들과의 거래 증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K금융의 경쟁력은 타 해외금융기관 대비 정확하고 신속한 업무처리에서 기인한 금융소비자의 높은 만족에 있다”며 “이러한 경쟁력을 현지화를 통해 현지 소비자에게도 적용한다면 금융업에서도 또 다른 한류 열풍이 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그룹장은 K금융의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글로벌 순위에서 아직 한국계 은행의 순위가 50위권 밖에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동안 국내 금융기관 간의 해외에서의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협업을 통해 윈윈 한다면 한국계 은행의 글로벌 상위은행으로의 도약도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 그룹장은 후배들을 위한 당부도 남겼다. 그는 “글로벌역량은 금융 뿐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며 “큰 꿈을 가지고 전 세계를 누비며 대한민국의 국익과 개인의 발전을 위해 도전하는 꿈나무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계원 쿠키뉴스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