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과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안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두려움이 없는 전사’이자 싸움꾼이며 이 나라 최고의 공직자 중 한 명인 해리스를 나의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고 발표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해리스 의원을 자신의 파트너로 지명한 것은 흑인 표심을 의식한 선택임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흑인들의 낮은 투표율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직후 “바이든은 미국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다. 자신의 일생을 우리를 위해 싸우며 보내왔기 때문”이라면서 “대통령으로서 그는 우리의 이상에 부응하는 미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의원은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인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 유방암 전문 과학자인 어머니 시아말라 고팔란 해리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어머니는 인도계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해리스 의원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 된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출신인 해리스는 워싱턴DC 소재 흑인 명문대인 하워드대와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했다. 사회 경력의 대부분을 검사로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검찰국장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후 캘리포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초선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했다.
전투력이 뛰어난 ‘싸움닭’ 스타일로 유명한 해리스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입을 상대하는 저격수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검사 이력에서 다져진 그녀의 공격 본능은 지난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해리스 의원은 당시 민주당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바이든이 1970년대 흑백인종 통합 스쿨버스 운행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당시) 한 소녀는 스쿨버스를 타고 매일 학교에 다녔다. 그 어린 소녀는 바로 나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약점을 여러 부분에서 메울 수 있는 러닝메이트로 평가된다. 바이든이 77세 고령의 백인 남성이라면 해리스는 비교적 젊은 55세의 흑인·인도계 혼혈 여성이다.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에 델라웨어주가 정치적 텃밭인 ‘동부 사람’이라면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줄곧 지낸 ‘서부 사람’이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온건파’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성향이 일치한다는 평이다. 해리스 의원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강조하지만 과격한 인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바이든이 부통령감으로 해리스를 지목한 데 대해 월가가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를 선택한 것이 민주당이 진보보다는 온건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CNN은 해리스 의원이 “온건파와 무당파, 심지어는 중도우파의 일부를 확보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민주당 내 진보파들이 해리스 의원의 부통령 지명에 환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언론들은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할 경우 78세가 되는 바이든이 2024년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면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 후보 중 맨 앞자리를 차지할 거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