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속 직책과 검찰의 직접수사 총괄 기능을 축소하는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에 대해 검찰 안팎에선 일선 청 감시 기능과 수사역량 약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판부 기능을 강화한 안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하다”는 공개비판이 제기됐다. 대검찰청은 일선 검사들의 비판적인 의견을 취합해 14일 법무부에 회신할 예정이다.
12일 검찰 구성원들은 차장검사가 맡아온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 4개 자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한 부장급 검사는 “그간 일선의 직접수사를 감독하고 일종의 ‘레드팀’ 역할을 맡아 왔던 자리를 없애겠다는 의미”라며 “일선 청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검찰 내부통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청과의 소통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평검사는 “수사팀과 소통을 도맡아온 건 차장검사”라며 “지휘과장은 통상 반부패부장보다 기수가 낮아 이견이 생겼을 때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검사는 인력 축소 안에 대해 “앞으로는 일선에서 보고서가 올라왔을 때 신중하게 검토할 인력이 없다”며 수사 역량 약화를 우려했다.
검사장급인 인권부장을 없애고 인권감독과를 감찰부 산하로 편입시키는 안에 대해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5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 위증강요 의혹에 대해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토록 지시했고, 한동수 감찰부장과 갈등을 빚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선에서 돌아가는 내용을 총장이 아예 검토조차 못하게 만들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공판부 강화 방안인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가 졸속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에 ‘직제 개편안의 가벼움(공판기능의 강화 및 확대)’이라는 글을 올려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다”고 공개 비판했다. 검찰 구성원들은 이 글에 100개가 넘는 댓글을 달았다. 한 검사는 “공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개편안”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다른 검사도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른 형사공판부 업무환경 변화의 분석, 연구, 업무목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18일, 늦어도 25일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과 ‘검사정원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 올려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