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서 12일로 50일째를 맞은 올여름 장마는 역대 최장 장마 기록뿐 아니라 막대한 규모의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낳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집중호우가 늘고 강수량이 많아지는 등 장마 양상이 변한 원인도 있지만 미비한 호우 대처가 특히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하천 유역은 제방 붕괴를 겪으며 홍수 조절 기능 미비를 여실히 드러냈다. 전남 구례군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지난 7일 오후 섬진강댐의 방류량을 초당 400t에서 600t으로, 8일 오전에는 최대 1868t으로 늘리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고 하류 지역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기존 치수체계는 공급용지 관리에 치중해 홍수 조절에는 취약하다”며 “제방 정비뿐 아니라 저류지, 하천부지를 확보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붕괴된 경기도 이천 산양저수지 등의 경우 저수지가 노후한 데다 안전점검 및 관리가 미비해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저수지 1만7000여개 중 규모가 작은 1만3000여개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수위, 기상예보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매뉴얼도 제대로 없고 예산·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제방 붕괴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설계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류가 북한에 속해 있는 임진강 유역은 북한의 협조 미비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북한은 2013년 이후로 댐 방류 사실을 우리나라에 알리지 않고 있다. 이달 초부터 임진강 수위가 상승해 경기도 연천군 일부 지역이 침수 피해를 입었을 때도 북한이 황강댐을 방류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수자원정보센터 관계자는 “임진강 수위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연천군 필승교 지점의 기준 수위가 올라가면 위기경보를 즉시 지자체 등에 알리는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약 7000만t인 국내 군남댐의 용량은 약 3억5000만t인 북한 황강댐의 5분의 1 수준으로 상류에서 흘러오는 유수량을 막기에 역부족이며 댐 방류가 서해안 밀물 때와 겹치면 강이 범람하기 쉽다”며 “북한과 협력 관계를 쌓아 댐 방류 정보를 얻거나 방류 시점 조정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일가족 3명이 숨진 경기도 가평 펜션 매몰사고 등 산사태와 관련해선 지자체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평군 관계자는 “하천이 많은 지역 특성상 하천 위주로 관리하고 있어 산지에는 별도의 경보장치가 거의 없다”며 “해당 지역은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관리가 미비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현철 초당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범람·산사태·토속류 위험지역의 안전평가를 철저하게 해 방사댐과 같은 안전시설을 갖추고 건축 허가 절차도 까다롭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지·농촌에 비해 배수 시스템을 비교적 잘 갖춘 도시에선 지하철·지하차도 등 지하시설이 침수에 취약하다는 고질적 문제가 또 확인됐다. 지난달 23일 부산 초량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이 숨졌고, 상습침수 지역인 서울 강남역 일대도 지난 1일 침수됐다. 조 교수는 “도로의 우수받이 설치 여부, 수중펌프 가동 여부 등 상황을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에 대비하는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김용성 강원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계곡이나 하천 등 위험지역은 시민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며 “마을 단위별로 지역자율방재단, 의용소방대 등을 자율적으로 조직해 재난에 대응하는 문화도 장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