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부끄러워 숨기면 더 커지는 방광질환… 당당히 맞서라

입력 2020-08-19 18:15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방광클리닉 윤하나 교수가 만성방광통증증후군 환자의 손상된 방광을 수술로 고쳐주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방광염, 과민성방광, 만성방광통증증후군(간질성 방광염) 등 방광질환은 여성들을 괴롭히는 질환이다. 질·항문·요도가 한곳에 모여 있는데다 요도가 상대적으로 짧아 여성은 남성보다 방광염에 쉽게 노출된다. 방광질환은 소변 배출(배뇨)과 관련이 있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따른다. 당사자를 우울하게 만들고, 부부생활에도 방해가 된다. 그런데도 단지 부끄럽다는 이유로 드러내질 못하고 병을 키우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안타깝다고 방광질환 명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윤하나 교수는 지적한다. 윤 교수의 도움말로 만성방광통증증후군을 일으키는 간질성 방광염이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윤 교수는 1994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뒤 모교 병원에서 인턴과 비뇨기과 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거쳐 1999년 비뇨기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당시만 해도 비뇨기과는 여의사들에게 ‘금단의 직역’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이후 윤 교수는 국내외 학술지에 10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등 ‘비뇨의학과 여의사 및 여교수’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배뇨장애와 요실금에 관한 의학 전문서적뿐 아니라 성인과 청소년에게 올바른 성 지식을 전달하는 책도 여러 권 펴냈다.

Q. 간질성 방광염이란?

A. 간질성 방광염은 방광질환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질환으로 꼽힌다. 이유 없이 방광이 헐고 찢어지며 딱딱하게 굳어 탄력성을 잃게 되는 질환이 간질성 방광염이다. 소변이 조금만 차도 급박요의를 느끼고 20~30분마다 한 번씩, 하루 16번 이상 화장실을 찾기도 한다.

일단 1년에 2회 이상 방광염이 생기고, 방광염은 아니라는데 자꾸 아랫배가 아프고 배뇨가 개운하지 않다든지, 소변보기 전 요도나 하복부 부위가 아프다면 간질성 방광염을 의심, 한번쯤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방광내시경으로 속을 들여다보면 방광 내 혈관이 벌겋게 부어 있고 궤양 흔적도 보인다. 검사를 위해 방광에 식염수를 채우면 혈관이 터져 출혈을 일으키고, 방광점막이 찢어진 경우도 발견된다.

Q. 일반 세균성 방광염과 어떤 차이가 있나?

A. 세균성 방광염은 급성으로 발병하며, 소변검사에서 염증 또는 세균이 검출된다.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며, 항생제 치료에도 비교적 잘 들어 1주일 정도면 대개 낫는다. 그러나 간질성 방광염은 만성 방광질환이고 소변을 볼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소변이 차면 자극을 받아 더 불편하고 통증 역시 심해진다. 방광 점막조직이 딱딱하게 굳으며 위축돼 탄력성까지 잃게 된 까닭이다. 나아가 소변검사에서도 뚜렷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항생제 치료 등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Q. 발생빈도는? 어떤 사람들이 잘 걸리나?

A.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20% 정도가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2%는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환자 10명 중 9명은 여자이고, 특히 중년 여성에게서 흔하다.

주로 40대 이상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지만,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여성 환자들과, 남성 환자들도 늘고 있어 주목된다. 류머티즘처럼 자가 면역이상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는 이유다. 스트레스, 다이어트, 내분비호르몬 불균형 등에 의해 자극을 받은 방광조직이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도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밖에 세균성 방광염을 자주 경험해도 만성방광통증증후군, 즉 간질성 방광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Q. 어떤 치료가 필요하나?

A. 염증을 없애는 소염제와 진통제, 항생제, 방광근육이완제 등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써야 한다. 방광점막 개선제를 먹거나 방광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방법(방광 내 약물 주입술)으로 손상된 방광점막조직을 회복시키기도 한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방광내시경으로 방광점막층의 궤양조직을 긁어내거나 전기 칼로 지져주고, 새 살이 잘 자라나오게 유도하는 약물을 쓴다. 물론 더 심한 경우엔 방광 일부 또는 전부를 잘라내고 장으로 인공방광을 만들어주는 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Q. 방광 내 약물 주입술이란?

A. 가는 요도 카테터(도뇨관)를 통해 방광 안에 특정 약물을 주입해 약 2시간에 걸쳐 상처 조직으로 직접 스며들게 하는 치료법이다.

약물로 인한 전신 부작용을 줄이는 한편, 해당 약물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이점이 있다. 방광 내 염증이나 궤양 으로 생긴 상처 조직에 치료용 약물을 직접 도포함으로써 유효성분의 유실을 막고, 약효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광 내 약물 주입술은 방광암 절제술 후 재발 방지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Q. 방광염 환자들이 주의할 점은?

A.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알코올, 인공감미료, 카페인, 탄산음료, 감귤류의 음료, 매운 음식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소변의 농축을 막아야 한다. 가급적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