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평화를 위한 일본의 식민지배 반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과 일본의 평화헌법 9조 수호, 동아시아 비핵지대화와 군축, 다음세대 평화 및 인권교육 등을 촉구하는 한·일 종교 시민사회의 8·15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기독교가 중심이 돼 양국의 종교 및 시민단체 다수를 한목소리로 묶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은 12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8·15 광복/패전 75주년 한·일 공동선언 간담회’를 열었다. 8·15는 우리에겐 광복절이지만, 일본엔 패전일이다. 한·일 공동선언문은 총 5쪽 분량으로 일본 측에서 초안을 작성해 한국 측의 회람을 거쳐 완성됐다.
일본 단체들이 기초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사와 관련, 1905년 을사늑약은 국제관례법상 무효라는 점을 비롯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이행 촉구, 군함도(하시마섬)에서의 강제동원 역사 지우기에 대한 우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사죄 및 배상,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및 중국인 학살에 대한 일본의 책임 등을 직접 언급했다.
선언문은 이어 “한반도 민족분단이 애초 일본의 식민통치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임을 확신한다”면서 “민족분단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한국의 시민사회와 종교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헌법 9조 개정에 반대하는 운동에 양국 시민사회의 힘을 모을 것과 북·일 수교 협상 즉각 개시, 북한의 원폭 피해자 구제 조치, 한·일 역사시민포럼 개최 등을 촉구했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이홍정 목사)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총간사 김성제 목사)가 중심이 돼 파국의 한·일 관계 속에서 종교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모아보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협의가 시작됐다(국민일보 2019년 6월 4일자 33면 참조). 1년여를 준비하며 천주교 원불교 등 다른 종교와 노동·시민단체로 지경을 넓힌 뒤 지난달 2일 협의체를 뜻하는 플랫폼 형태로 정식 발족했다.
한국에선 NCCK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민주노총,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참여한다. 일본에선 NCCJ를 필두로 일본 천주교 정의와평화협의회, 전쟁반대·9조수호 총동원행동, 피스보트 등이 함께한다. 플랫폼 한국 측 서기를 맡은 신승민 NCCK 국제국장은 “일본 측에선 15일 광복절 당일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