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인 이상화 선생의 이름을 딴 ‘상화시인상’을 놓고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의혹이 불거지면서 행사 주최 측 이사장이 사퇴 의사까지 밝혔지만, 시민단체 등이 예산 환수를 주장하는 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12일 대구시와 이상화기념사업회, 대구경실련 등에 따르면 올해 상화시인상 수상자 선정과정에서 행사 주최 측이 운영위원회를 열지 않고 문인협회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했다. 논란은 이들 가운데는 올해 수상자의 시집을 발간한 출판사 대표까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대구 문학계에서 수상자 선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상화시인상은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35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념사업회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사태 때문에 운영위원회를 열지 못한 것이고 문제의 출판사 대표는 최종 수상자 결정투표에서 빠졌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 문학계에선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열리는 상화문학제와 시상식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때문에 최근 열린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회에서 최규목 이사장이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수상 철회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 부분은 결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실련은 “제35회 상화시인상 선정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과 이로 인한 갈등을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까지 진행된 선정 과정과 결과를 모두 백지화하는 것이지만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구시가 상화시인상 관련 예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민간단체의 일이라 직접 개입이 어렵지만 제도 개선 요청은 하기로 했다. 시는 상화시인상 수상자 상금 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상화기념사업회에는 2008년부터 매년 수상자 상금을 포함해 1억여원을 지원한다. 시 관계자는 “수상자 선정 규정을 보니 세밀하지 못하고 포괄적인 부분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 느꼈다”며 “지역 문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들은 뒤 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