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승리호’, 개미 투자자 몰리며 홍보 효과 톡톡

입력 2020-08-13 04:05
영화 ‘승리호’가 다음 달 23일 개봉을 앞두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펀딩 사전 신청에만 4900명이 몰린 영화 ‘승리호’는 총제작비 240억원을 들인 국내 첫 실사 공상과학 영화로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충무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영화 ‘승리호’에는 영화팬에 앞서 개미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와 펀딩 플랫폼 ‘크라우디’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화제를 모으고 있어서다. 최소 투자 금액이 1인당 50만원인 이번 펀딩에 앞선 사전 신청에만 4900명이 몰렸고 지난 10일 펀딩을 시작한 지 단 하루 만에 목표치 3억원의 4할가량인 1억175만원이 모였다.

영화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첫 실사 SF(공상과학) 블록버스터인 데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충무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승리호’ 크라우드 펀딩이 화제에 불을 댕기는 모양새다.

크라우드 펀딩은 벤처업체가 온라인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투자 방식이다. ‘승리호’는 특히 크라우드 펀딩을 적용한 첫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엔딩 크레디트에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들의 이름을 기재할지도 플랫폼과 협의 중이다.

그동안 일반인의 영화 투자는 주로 대작 상업영화보다는 주로 저예산·독립영화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부족한 제작비를 조달하는 차원에서다. 제주 4·3항쟁의 아픔을 담아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영화 ‘지슬’이나 ‘족구왕’ ‘노무현입니다’ 등 수많은 독립영화가 일반인 소액 투자로 세상의 빛을 봤다. 현재도 여러 프로·아마추어 감독을 중심으로 텀블벅 등 플랫폼에서 100~300만원 정도 소액 펀딩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원주옥상영화제’는 후원자 기념품 제작비를 충원하기 위해 펀딩을 활용하기로 했다.

상업영화가 크라우드 펀딩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는 2017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도 역할을 했다. 수입영화 최초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해 370만여명을 동원한 ‘너의 이름은’은 채권을 산 투자자가 40%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런 성공 사례에 힘입어 ‘나를 찾아줘’ ‘광대들: 풍문조작단’(이상 2019) 등 중형급 이상의 상업영화 펀딩도 더 탄력을 받았다.

영화계가 크라우드 펀딩을 주목하는 이유는 자금 모집에 더해 사전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누릴 수 있어서다. 투자자들은 예비 관객으로, 활발한 투자는 화제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굵직한 캐스팅과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자랑하는 ‘승리호’는 총제작비가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인 240억원, 손익분기점이 580만명으로 탄탄한 팬덤 구축이 중요하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년보다 극장 인구가 급감한 상황이기도 하다.

배급사는 이번 시도가 위축된 영화 투자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영화시장의 자금모집 방식을 다원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정근욱 메리크리스마스 부사장은 “배급사로서는 영화 자금조달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보고자 하는 하나의 실험”이라며 “일반 관객에게도 제작비 조달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벗어나 상업적 가능성이 큰 작품에 투자하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