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공연 영상 콘텐츠의 생명력

입력 2020-08-13 04:04

코로나19로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서 전 세계 공연계에서는 ‘온라인 공연’, 즉 공연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붐이 일어났다.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는 공연계의 금과옥조가 무대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시킨 셈이다.

온라인 공연은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무관중 공연 실황을 생중계하거나 기존의 공연 영상물을 상영하는 방식으로 나뉠 수 있다. ‘라이브’가 생명인 공연예술의 특성을 잃었다며 공연계 일각에선 거부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공간적, 시간적, 경제적으로 제약이 많은 공연예술의 단점을 상쇄하며 관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앞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사회에서 공연예술도 이런 변화에 눈 감고 있을 수만은 없다.

사실 공연 영상화의 역사는 짧지 않아서 20세기 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공연의 녹화 및 중계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특히 2006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MET Live in HD’, 2008년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디지털 콘서트홀’, 2009년 영국 국립극단의 ‘NT Live’ 등은 공연계에서 공연장 중심의 공연 유통을 영화관이나 개인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확장시킨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공연을 대중에게 확산시키는 데 큰 계기가 됐다.

온라인 공연이 화두로 떠오르자 국내에선 국공립 공연단체 및 기관을 중심으로 기록용으로 만들었던 공연 영상을 스트리밍하거나 최근 새롭게 제작해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공연계에서는 실제 라이브 무대와 온라인 스트리밍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월 말 발표한 ‘따뜻한 연결사회를 위한 비대면 시대의 문화전략’에서 디지털 환경에 맞는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온라인 공연이 앞으로도 주목을 받을 것을 예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이 생명력 있는 콘텐츠로서 자리 잡기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나온 공연 영상 콘텐츠를 보면 대다수가 지루한데, 영상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에 최적화된 매력을 갖춰야만 한다. 온라인 공연 몰입도가 최대 20분이라는 설문조사도 있지만 기존의 공연 녹화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어렵다. 최근 온라인 공연 제작 노하우가 축적되고는 있지만 영세한 단체들도 영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작 관련 공공 지원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 그동안 공연예술 지원이 창작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디지털 유통을 위한 제작에도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

온라인 공연 붐 속에서 궁극적으로 유료화로 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유료화 이전에 기존의 수많은 공연 영상 콘텐츠를 아카이빙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국악원, 국립극장 등이 일부 공연 영상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용이 쉽지는 않다. 대부분 디지털화가 안 돼 있어서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해 DVD나 VHS 테이프로 봐야 하는데, 앞으로 웹사이트를 통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을 국립예술자료원으로 독립시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끝으로 유료화, 아카이빙 등을 위한 필수조치로서 저작권법 개정이 시급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 관련 창작자 및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금의 저작권법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문체부가 최근 저작권법 전부개정 방침을 밝혔지만 좀 더 서두를 필요가 있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