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백신이 3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며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11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원격 내각 회의에서 “오늘 아침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 그것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이 백신은 인간 아데노바이러스에 기반해 만들어졌으며 효능이 매우 좋다”면서 “내 두 딸 중 한 명도 임상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백신을 맞은 딸은 1차 접종과 2차 접종 직후 체온이 올라갔지만 현재는 몸에 이상이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백신 이름을 구 소련 시절 세계 최초로 우주에 발사한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로 지었다.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왔다.
러시아 정부는 곧 백신을 양산해 일반인 접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접종 최우선순위인 의료진이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백신을 맞게 되고 시판은 내년 1월 1일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백신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3차 임상시험도 진행된다. 3상은 러시아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NN방송은 “러시아가 해당 백신과 관련한 어떠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안정성과 효용 측면에서 전혀 검증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사전자격심사(pre-qualification) 절차를 논의 중이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어떤 백신이든 사전자격심사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모든 필수 자료의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포함된다”면서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