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0’의 역설… 인천공항, 직고용 탈락 소방대 45명 해고

입력 2020-08-12 04:01
화재 대응 훈련하는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원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끝내 직접고용 절차에서 탈락한 소방대원 45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2017년 이후 입사해 필기·면접 등 공개경쟁 채용 절차를 거친 소방대원의 경우 실직률이 50%를 넘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역설적으로 고용 불안정, 대량 해고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공항은 소방대원 206명 중 직고용 절차에서 탈락한 45명을 오는 17일자로 해고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인천공항 자회사의 정규직 신분이던 소방대는 지난 6월부터 직고용 절차를 밟았다.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 41명과 관리자 18명은 필기시험(NCS)과 체력검정, 면접 등 공개경쟁 채용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각각 21명, 7명이 최종 탈락했다. 전체 인원의 51%, 38%가 실직하게 된 것이다.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소방대원 140여명은 공개경쟁 채용 절차보다 조금 더 난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진 ‘정규직 전환 시험’을 쳤다. 이 중 17명이 떨어졌다. 인천공항은 탈락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채용절차심의위원회에서 재시험 기회 제공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소방대 노조는 이날 내부 회의를 갖고 출근 시간대 손팻말 시위를 여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소방대 노조는 지난달에도 ‘공사의 졸속 정규직 전환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었다. 이영재 노조위원장은 “20년을 넘게 일한 관리자들이야말로 직무에 가장 적합한데 채용 절차에서 아무런 가산점도 못 받았다”며 “직접고용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자회사 정규직 신분마저 잃어버렸다”고 토로했다.

내년 직고용을 앞둔 보안검색원 1902명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공민천 인천공항 보안검색노조 위원장은 “두 차례에 걸쳐 사장과 만나 ‘탈락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경쟁 채용 절차를 함께 마련하자’고 요구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답만 들었다”며 “소방대원 200명 중 45명이 일자리를 잃은 걸 고려했을 때 이대로라면 내년에 보안검색원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검색노조는 13일 비합리적인 직고용 절차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 예정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세심하게 시행되지 못해 되레 고용 불안정과 사회 갈등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직접고용 과정에서 탈락자가 대거 나오면 비정규직 제로라는 명분이 무색해진다”며 “공사가 ‘비정규직 제로’ 만료 기한을 앞두고 서두른 탓에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안검색 직무에 특화된 평가 방식으로 공개채용 절차를 마련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