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나라곳간 110조 적자… 빚 증가 속도 너무 빠르다

입력 2020-08-12 04:02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화상으로 연결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수해 복구를 위한 재정 지원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 재난지원금 상향 검토 등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서영희 기자

올해 상반기 나라 곳간이 ‘11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입은 줄었는데, 1~3차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지출이 급증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장마 복구 4차 추경까지 부상하고 있다. 이미 정부 수입으로 지출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추가 ‘빚 내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례없는 경제위기에 과감한 지출은 필요하지만 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서 올 상반기(1~6월) 총수입은 226조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대비 20조1000억원 줄었다. 코로나19와 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덜 걷혔다. 여기에 정부가 종합소득세, 법인세 등의 납부 시기를 연장한 것도 약 11조3000억원 수입 감소에 영향을 줬다.

반면 같은 기간 정부의 총지출은 316조원이다. 1년 전보다 31조4000억원 늘었다. 수입보다 많은 돈을 쓰면서 나라 곳간은 90조원 적자 구멍이 생겼다. 국민연금 등 적립금이 많은 사회보장성기금 수입을 제외하면 적자(관리재정수지) 규모는 110조5000억원으로 커진다. 상반기 기준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적자다. 정부는 하반기 이후에도 지출 소요가 많아 올해 연간 총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1조5000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또한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정부는 적자 구멍을 국채 발행인 ‘빚’으로 메우고 있다. 올해 1~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까지 증가한 상태다. 당초 계획보다 43% 돌파가 2년이나 앞당겨졌다.


이런 가운데 여당을 중심으로 ‘4차 추경’이 부상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장마 복구에 쓸 수 있는 비상금인 예비비는 2조6000억원 남아 있다. 하지만 예비비는 다른 곳에도 써야 하기 때문에 전액을 투입할 수 없다. 아울러 복구에 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는 12일 당정은 폭우 피해 추경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긴급 국무회의에서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예비비와 재난재해기금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충분한 재정 지원을 강구해 달라”며 “특별재난지역의 추가 선포, 재난지원금 상향 검토 등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미 나라 곳간은 바닥난 상태라 4차 추경을 한다면 추가로 빚을 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타격으로 내년에도 500조원이 넘는 지출을 해야 한다.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오르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현재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양호한 편이다. 미국(106.9%) 일본(224.1%) 프랑스(122.5%) 등은 100%를 넘어가고 있다. 다만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게 걱정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3차 추경까지 국가채무비율은 6.4% 포인트 올랐는데, 1997~99년 외환위기(5.7% 포인트)보다 증가폭이 크며 2008~2009년 금융위기(3.0% 포인트)의 배 이상 된다.

당정청은 국가채무비율이 GDP와 연동되기 때문에 과감한 지출로 경제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비율도 하락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가 없으면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킨다. 그만큼 추경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세종=전슬기 기자, 임성수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