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확장 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 대책과 한국판 뉴딜의 강력한 추진으로 OECD 회원국 중 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가장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 등 정부 정책 덕분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한국의 성장률 감소 폭이 작은 것은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덕분이다. OECD도 “한국은 일체의 봉쇄 조치 없이 방역 성과를 거두면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분석했다. 경제의 역동성이나 회복력이 강해서라기보다 봉쇄 조치로 인한 실물경제 피해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뻐할 때가 아니라 초기 대응을 반성하고 신발끈을 졸라매야 할 때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최후까지 남겨야 할 실탄인 재정 여력이 고갈 직전에 이른 것이 뼈아프다. 올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110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관리 목표치로 제시한 적자 수준인 112조원의 98%에 달한다. 전국민재난지원금 등을 위해 세 차례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 여력을 너무 급하게 소진했다.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이 포함돼 적자가 나기 어려운 구조인 통합재정수지도 90조원이나 적자를 냈다. 상반기 누적 적자가 이미 정부의 연간 목표치에 근접해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에 마중물이 될 재정지출 여력이 제약될 수 있다. 수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편성 움직임도 표면화하고 있다. 이미 ‘빈 곳간’이라 추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제 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 OECD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가 사실상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2차 확산에 대한 경고 수준도 더 높였다.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은 여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용 상황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직자 급증세가 지속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6개월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같은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가 견지해야 할 최우선 정책 기조는 시야를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짜야 한다. 재정 여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민간경제의 역동성 없이는 경제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설] 재정 여력 고갈… OECD 전망 자찬할 때 아니다
입력 2020-08-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