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기부금유용 의혹 수사가 3개월째 답보상태다. 경기도가 11일 ‘후원금 운용’ 논란을 빚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시설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기까지 했지만 의혹의 핵심인 윤미향(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차례 소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겉도는 중이다.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수사대상인 정의연 측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형국이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의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최근까지 회계자료 분석 등 기초사실관계 조사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전 직원 A씨를 소환조사한 이후로는 사실상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의혹을 풀 핵심인물인 윤 의원에 대해서는 소환통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대상인 정의연 측이 조사에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의연 관계자들이 소환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서 관련 조사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달 검찰 출석을 거부한 A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출석을 재차 압박하는 등 정의연 측과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정의연 측은 길어지는 수사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중이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지난 5일 열린 제1451차 수요집회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진행 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육체적 충격과 고통을 견디며 소환과 질의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난 7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서울서부지검 지휘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사건을 미적대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는 중이다. 여당 소속인 윤 의원을 소환조사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장영수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고, 고경순 차장검사 역시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서부지검장 등 수사 지휘부가 교체된 만큼 업무 파악 등으로 검찰 수사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수사상황을 공표하지 않는 것일 뿐 수사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며 “수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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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