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사상 최장기 장마의 악재를 돌파할 해법으로 더블헤더 8월 편성을 결정했다. 혹서기인 8월은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더블헤더가 편성되지 않는 시기다. KBO는 팀당 144경기씩 편성해 11월 2일에 폐막할 예정인 정규리그의 정상적 완주를 위해 오는 25일부터 더블헤더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KBO는 11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프로 10개 구단 단장급 논의체인 실행위원회를 열고 취소 경기 재편성 시행 세칙 변경을 논의한 뒤 “유례없이 길어진 장마로 9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더블헤더 편성을 일주일 앞당겨 오는 25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KBO는 오는 25일부터 우천 취소되는 경기를 이튿날 더블헤더로 우선 편성한다. 또 기존의 순연 경기와 오는 24일까지 악천후의 영향으로 취소되는 경기를 다음달 1일 이후의 같은 대진에서 2차전에 더블헤더로 편성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취소된 경기의 더블헤더 편성 일정은 이번 주 중으로 공개된다.
2020시즌 KBO리그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당초 지난 3월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38일이나 순연해 어린이날(5월 5일)부터 시작됐다. 프로야구의 개막일 연기는 출범 39시즌째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기상 관측 이래 최장 기간으로 늘어난 장마의 악재까지 겹쳤다. 중부지방 장마는 지난 6월 24일에 시작돼 이날까지 49일째로 이어졌다. 가장 길었던 2013년 장마 기간(49일)과 같은 기록이다. 올해의 장마는 8월 중순까지 예정돼 있어 사상 최장 기간을 경신하게 된다.
그 결과로 키움 히어로즈의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장 9곳에서 우천 취소 경기가 속출했다. 부산을 연고로 둔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주까지 우천 취소로 무려 10경기나 추후 편성으로 미뤄졌다. 프로 10개 팀 가운데 가장 많다.
같은 기간까지 취소 경기가 11회로 가장 많은 KT 위즈의 경우 더블헤더가 이미 2차례 진행됐고, 1차례가 편성돼 있다. 추후 편성 경기는 8회로 롯데보다 적다. 반면 키움은 취소 경기 6회에서 더블헤더(2회), 월요일 편성(1회)을 활용해 추후 편성 경기를 3회로 줄였다. 이렇게 긴 장마에 따른 우천 취소의 유·불리는 팀마다 큰 편차를 나타내고 있다.
KBO는 국내의 범사회적인 노력으로 코로나19를 비교적 빠르게 극복해 미국·일본보다 먼저 정규리그를 개막하면서 팀당 144회씩 편성된 경기 수를 축소하지 않았다. 개막을 앞둔 시점만 해도 검·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앞세웠지만, 지금은 예상 밖으로 길어진 장마의 영향으로 정규리그 완주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다가오는 태풍들도 작지 않은 악재가 될 수 있다.
KBO는 현재 예정된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오는 10월 18일까지 두 달 이상의 기간이 남았고, 포스트시즌을 시작하는 11월 4일 전까지 편성한 예비일을 활용하면 팀당 144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편성한 팀당 144경기 조정은 아직 논의 단계에 있지 않다”며 “더블헤더를 포함한 취소 경기 재편성으로 정규리그를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