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16일부터 28일까지 후반기 연합훈련을 예년보다 축소해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 축소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전작권 전환을 마치겠다던 우리 군 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11일부터 14일까지 연합훈련의 예비훈련 성격을 띠는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16일부터 본 훈련에 해당하는 연합지휘소 훈련(CCPT)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CCPT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뤄지는 훈련으로 실제 병력과 장비가 기동하지는 않는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11일 “(CCPT는) 한·미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본 훈련 전에 목표를 달성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후반기 연합훈련 규모는 코로나19 여파로 축소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훈련을 위해 한국으로 이동하는 미 본토 및 일본 주둔 미군 규모가 예년보다 줄어들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미군 병력이 2주 동안 격리돼야 하는 점도 고려됐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훈련 참여 인원은 최대한 분산하며 야간 훈련을 축소하고 주간 훈련 위주로 진행한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전작권 전환을 위한 FOC 검증을 마치겠다던 우리 군 당국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번 훈련에서는 FOC 검증을 일부만 진행하며 나머지 절차는 내년 전반기 연합훈련으로 미룰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기본운용능력(IOC) 평가를 마쳤으며 올해 전반기 연합훈련 때 FOC 검증 절차에 착수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탓에 연기됐었다.
FOC 검증이 늦어지면 전작권 전환의 최종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 일정도 함께 밀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올해 FOC 검증을 마무리 지은 뒤 내년에 FMC 검증까지 완료해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안에 전작권 전환을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군은 코로나19에 따른 인력 운용 제한과 관리 능력 부족 등 각종 이유를 들어 연내 FOC 검증 완료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군 당국은 FOC 검증 일정을 두고 그동안 상당한 이견을 노출해왔다. 때문에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 정부 내 기류가 부정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가 지난해 말부터 바뀐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작권을 전환하면 대중(對中) 전선에서 한국이 빠질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미국 내에서 회자됐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미국이 전작권을 갖는 게 낫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