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 폭우 피해… 수재민 540만명 달할 듯”

입력 2020-08-12 04:06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월 10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복구현장에 인민군 부대가 긴급 파견돼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1면에 보도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에 연일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해를 입은 주민이 54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의 주요 양곡 생산지인 황해북도에서만 여의도 2배 면적에 달하는 논이 물에 잠겼고, 대동강 예성강 등이 범람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인도지원사무국(ECHO)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4호 태풍 ‘하구핏’의 영향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ECHO는 이번 비로 주민 540만명이 수재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전체 인구(2578만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황해도와 개성시 등에는 최근 시간당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대동강과 예성강, 금야호 등이 범람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 등 남북 접경지역 주민들은 한탄강 범람 우려로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일꾼들과 농업 근로자들은 큰물과 폭우, 비바람 피해를 막고 농경지와 농작물을 보호하는 데 첫째가는 주의를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비는 잠시 멈췄지만 13~14일 또다시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북한의 이달 강우량은 역대 최대 홍수 피해가 발생한 2007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인도주의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제기구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의 안토니 발메인 대변인은 북한 주민 4만3000여명을 홍수 피해와 코로나19 확산 방지 활동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자원봉사 교육을 받은 이들은 홍수 피해가 큰 2800가구에 이불과 위생용품 등을 전달하고, 산사태 위험에 처한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적십자연맹은 북한 전역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기구다.

평양 주재 한 외국인 대사는 RFA에 “인터넷을 통해 피해 사실을 접하고 있다”면서 “평양 내 가시적인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 큰비가 내리면서 황강댐 방류도 계속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북한 지역 집중호우로 황강댐 수문이 일부 개방돼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