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당 오성운동은 당원들이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은 딱 두 번만 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선출직이 정치의 목표가 아닌 수단이고, 두 차례면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에 충분한 기간이라는 이유에서다. 오래하면 나태해지기 쉽고, 다른 인재들에게도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도 있다. 선출직 을 마치면 대부분 기존에 하던 생업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대통령은 중임 자체가 불가능하고, 지방자치단체장도 누적으로 3선까지만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은 연임이나 선수 제한이 없다. 21대 국회 최다선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16대 때부터 6번 연임한 케이스다. 그런데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의원 연임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지난 10일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의원 연임을 3선까지로 제한하는 정강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3연임 뒤 지자체장 등을 하다가 재출마하는 경우는 허용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민형배 의원도 국회 신뢰 회복을 위해 연임을 3선까지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 국회의원은 한 번의 당선으로 너무 많은 권한을 누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만 해도 연방 하원의원은 2년마다 심판을 받아야 한다. 미 캘리포니아의 주 의원은 평생에 걸쳐 최장 8년까지만 재임할 수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 의원들도 의회해산이나 조기총선 등으로 수시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우린 한 번 당선되면 4년 임기가 보장되고, 의원으로 4년, 8년 있으면 지역 터줏대감이 돼 연임할 가능성이 계속 높아진다.
여야가 뒤늦게나마 연임 제한을 두는 안을 검토한다니 결과가 주목된다. 의지만 있다면 당 차원에서 규정을 만들어 공천 때 적용하면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일이다. 국회가 평소에 일을 잘하고 존경을 받았으면 굳이 그런 제한을 두자는 얘기가 안 나왔을 텐데 의원들이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다. 이번 기회에 누군가에게는 ‘직업’이 돼버린 의원직에 대한 인식 자체도 달라지길 기대한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