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확대와 관련해 한국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G7 확대가 불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독일 방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베를린을 방문한 강 장관과 ‘제2차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다. 한국의 G7 정상회담 참여를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앞서 독일은 기존 G7 회의를 한국과 러시아 등을 포함해 G11으로 확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마스 장관이 직접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G7과 G20은 합리적으로 조직된 별개의 틀이다. G11이나 G12는 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강 장관은 6개월 만에 해외 출장을 재개하며 미국(방위비 협상 교착 및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일본(징용 배상 문제), 뉴질랜드(외교관 성추문) 등 굵직한 외교 현안이 걸려 있는 국가들을 제쳐놓고 독일을 먼저 찾았고, 마스 장관은 강 장관의 방문에 맞춰 G7 정상회담에 대한 기존 입장을 전격 수정했다.
마스 장관은 러시아의 G7 재참여에 대해선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어떤 국가들이 G7 확대에 참여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G8이었던 러시아를 다시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경우 크림반도 강제 병합과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분쟁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G7 참여에 대해서는 긍정적 의사를 표했지만, 러시아를 참여시켜 G7을 확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적 구상에는 부정적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강 장관은 이에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모범을 보여줬고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도 높다”면서 “마스 장관의 말대로 국제사회 논의 틀 속에서 진전을 이뤄야 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 장관은 최근 미국의 주독미군 감축 결정에 대한 질문에 “한국과 독일의 안보정책에서 미국은 굉장히 중요한 축이다. 주독미군 감축 문제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답했다. 또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전혀 거론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독일 측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지지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