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보란듯… 美 보건장관·차이 총통 회담

입력 2020-08-11 04:07
대만을 방문한 앨릭스 에이자(왼쪽)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 총독부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을 마친 뒤 마스크 차림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에이자 장관은 1979년 단교 이후 대만을 방문한 미 최고위급 인사다. EPA연합뉴스

대만을 방문한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했다. 1979년 단교 이후 미국과 대만 간 최고위급 회담이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회동은 미국과 대만 간 유대를 과시하는 장면으로 대만을 자국 영토로 여기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이자 장관은 이날 오전 대만 총통부를 방문해 차이 총통과 만났다. 차이 총통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 우호 인사들이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대만 모델’의 공헌에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대해 고마움을 표한다”면서 “앞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영역에서 대만과 미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더 많은 성과를 얻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이 총통은 중국을 겨냥해 “대만을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배제하는 것은 보편적 가치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정치적 요인이 건강 인권을 능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에이자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와 우호의 메시지를 대만에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진정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에이자 장관 일행은 오후에 대만 질병통제센터를 방문해 ‘보건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외신들은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중 관계를 고려했을 때 에이자 장관의 방문은 매우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방문으로 대만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감내해야 할 역할과 리스크가 더 선명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에이자 장관의 방문은 바이러스 대응과 거의 관련이 없다”면서 “실제 목적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외교·군사적 압력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진핑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번 회동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3대 연합 공보(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어떠한 형식의 대만과의 관급 교류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전투기 2대가 중국과 대만 사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해 대만 공군기가 긴급 대응출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