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공포 현실로… 反中 언론사주 지미 라이 체포

입력 2020-08-11 04:06
홍콩 언론 재벌이자 반중 인사인 지미 라이(가운데) 빈과일보 창업자가 10일 호만틴 지역 내 자택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경찰 손에 이끌려 나오고 있다. 홍콩 경찰 200여명은 이날 빈과일보 본사도 압수수색했다. 빈과일보 경영진인 라이의 두 아들도 체포됐다. AP연합뉴스

홍콩 언론계 거물이자 대표적 반중 인사로 꼽히는 지미 라이 빈과일보(애플데일리) 사주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0일 체포됐다.

미국 정부가 홍콩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과 홍콩의 고위 관리 11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린 지 약 이틀 만에 홍콩은 보란 듯이 반중 언론인 체포로 맞대응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보안법 전담조직인 국가안보처는 이날 새벽 호만틴 지역에 있는 라이의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홍콩 당국은 이날 외국 세력과 결탁해 홍콩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사기를 모의한 혐의로 39~72세 남성 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이날 200명 넘는 인원을 투입해 정관오 지역에 위치한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주요 경영진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에 체포된 사람 가운데는 라이의 두 아들도 포함됐다고 홍콩 공영방송 RTHK가 전했다.

라이는 지난 6월 30일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정부가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한 사람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989년 중국 정부의 천안문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고 90년 넥스트매거진, 95년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그전에는 파산한 의류공장을 인수해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 아시아 주요 기업으로 키워낸 이력이 있다.

미 CNN방송은 라이가 미 정부를 상대로 중국에 보다 강경한 노선을 취하도록 로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워싱턴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면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가 미 정부의 홍콩인권법 제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이런 그를 ‘홍콩을 어지럽히는 인물’이자 반중시위 배후에 있는 반체제 인사 4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하고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온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에 “이번 체포는 홍콩 정부가 미국 제재에 겁먹지 않았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는 올해 초에도 반중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보안법 시행 이후여서 상황이 다르다. 홍콩 내 반중인사 처벌 조항을 담은 이 법은 최고 형량이 무기징역이다. 그는 지난 5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내가 언젠가 감옥으로 보내질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