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기업들이 빠르게 ‘비대면(Untact)’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 직접 만져보거나 눈으로 확인하는 게 기본적인 절차였던 의류·호텔 업계에서도 비대면 업무 시스템이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10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3D 샘플 프로세스’가 도입되고 있다. 이 프로세스는 3D로 의상 샘플을 제작, 디자인 관련 의사 결정을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인 샘플 제작 과정은 원단과 부자재를 갖춘 뒤 의상 샘플을 만들어 해외 바이어들에게 보내고 현지에서 이를 확인한 이들의 의견을 받아 반영하는 식으로 이뤄져 왔다.
의류제조기업 태평양물산에 따르면 3D 샘플 프로세스 도입 이후 의상 샘플은 먼저 이미지로 만들어진 뒤 가상공간의 마네킹이 입어 보이는 디지털 파일로 제작된다. 실제 원단의 특성과 질감 등도 3D로 정밀하게 구현해 낼 수 있고, 가상의 마네킹과 3D 샘플 의상이 360도로 회전해 전후좌우를 살필 수 있다. 원단의 투명도를 조정할 수 있어서 피팅감도 확인 가능하다.
3D 프로세스는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실물 마네킹 대신 사이버 모델이 다양한 포즈와 스타일링을 선보여 피팅 이후 착용감과 디자인의 균형감, 원단의 수준과 디테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해외 바이어가 현지에서 직접 모델을 통해 피팅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업무 진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피팅감을 확인하는 것처럼 실물 의상이라면 불가능한 일까지 3D 이미지 작업을 통해 능동적이고 상세한 테스트가 가능해졌다”며 “인적·물적 자원이 절감되고 리뷰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와의 협업도 온라인으로 무리 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연 호텔 ‘시그니엘 부산’은 브루노 메나드, 리쯔량 등 해외 스타 셰프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부득이하게 수차례 심도 있는 화상회의로 현장 지휘가 이뤄졌다. 브루노 메나드는 시그니엘 부산의 식음업장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리쯔량은 중식 레스토랑 ‘차오란’ 오픈의 전반을 이끌었다.
롯데호텔 한 관계자는 “화상회의라 직접 맛보고 확인하는 작업을 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웠지만 양쪽 셰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끔 만들어냈다”며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은 측면도 있었으나 화상회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면 서비스가 기본인 호텔 업계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오는 24일 웨딩홀 쇼케이스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소규모 결혼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대응이다. 우은경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연회세일즈팀장은 “대면으로만 웨딩 상담을 진행했던 호텔 업계도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비대면 선호에 맞춰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