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논란을 빚고 있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해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근절이라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미숙과 혼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시피 했다. 제도가 적잖게 변화되면서 국민 불안이 큰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전부였다.
회의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수석 5명이 지난 7일 일괄 사표를 제출한 지 3일 만에 열렸다. 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수족으로 불리는 청와대 최측근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내는 행동으로 여러 차례 국민에게 실망과 혼란을 줬고, 이에 책임을 지고 집단 사표까지 냈는데 설명조차 없는 건 과연 민심을 읽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과 제1야당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부동산 정책의 여파, 청와대 내부 혼선 등이 똬리를 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입장을 내는 게 상식적이다. 청와대 고위 참모 집단 사퇴가 대통령과의 교감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국민 앞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낙관론을 폈다. 나아가 갈등을 부추기거나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기보다 새 제도의 안착을 위해 힘써 달라며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주문사항만 내놓았다. ‘조국 사태’로 오랫동안 국론 분열상이 빚어졌지만 조 전 장관 사퇴까지 한 달 넘게 계속됐던 대통령의 침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정무수석에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전 의원을, 민정수석에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 시민사회수석에 김제남 청와대 기후환경 비서관을 내정했다. 4선 의원 출신 최 전 의원이 차관급 자리로 몸을 낮춰간 것을 제외하면 6명의 집단 사표에 비춰 특별한 감흥이 없다. 여권은 청와대 후속 개편과 부분 개각에 이어 여당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 임기 후반부를 이끌고 갈 새로운 당정청은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분열보다 통합을 지향하는 진용이 되길 기대한다.
[사설] 청와대 집단 사표에 한마디도 않은 문 대통령
입력 2020-08-1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