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물난리가 한창인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수해 대책 마련은 뒷전인 채 섣부른 책임론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싸우는 국회도 모자라 이제는 재난마저 정쟁화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10일 섬진강 일대에 비 피해가 많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현 여권 지지층의 반대로 섬진강에서 4대강 공사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물난리로 가족이 숨지고, 생활터전을 잃어 망연자실한 이들에게 ‘이게 다 과거 당신들 탓’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일부 진중하지 못한 의원들의 얘기겠거니 했지만, 같은 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도 소속 의원들을 거드는 발언을 했다. 이에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원은 합천창녕보 상류 둑이 붕괴된 것을 거론하면서 “4대강 사업 안 해서 섬진강 범람 운운하더니 낙동강 둑이 무너졌으니 뻘쭘해지겠다”고 비꼬았다. 물난리에 고통 받고 있는 영호남 주민은 안중에도 없이 서로 ‘거 봐라’는 식으로 설전을 주고받은 것이다.
구체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해 발생 원인을 어느 한 가지 요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못한 태도다. 백번 양보해 이번 수해에 4대강 사업 유무에 따른 영향이 일부 있었다손 치더라도 재해가 지속되고 있고, 생명이 위급한 경우도 계속 생기는 상황에서 네 탓 공방에 매달리는 것은 방재 활동에 방해만 될 뿐이다. 재해가 다 지나간 뒤에 따져도 아무 상관이 없는 일들이다. 정치인들이 그런 식으로 ‘남 탓’으로만 정치를 하려는 구태에서 이제는 좀 벗어나길 바란다.
수해 지역을 찾아가 인증샷을 올리는 일에 골몰하는 여야 국회의원들도 경솔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여야 의원들은 최근 앞다퉈 수해 현장을 다녀온 사진을 SNS에서 홍보했고, 네티즌들의 비난이 커지자 뒤늦게 사진을 삭제했다. 재난 현장에서의 인증샷은 피해 주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고, 생색내기용 복구 활동으로 비칠 수 있다. 자제해야 마땅할 것이다.
[사설] 싸우는 국회도 모자라 물난리 앞에서 정쟁 벌일 텐가
입력 2020-08-1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