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억, 터억, 턱! 턱! 턱…” 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웅택(65) 사기장. 굵은 땀을 흘리며 발 물레를 차고 있었다. 그는 조선시대 도공처럼 발 물레만 고집한다. “발 물레질을 안 하면 사발에 숨결이 없어요. 그릇은 물레가 돌아가는 대로 만들어지거든요. 혼신을 다해 물레질을 하면 그 기운이 찻사발에 들어가 웅천사발이 탄생합니다.”
최 사기장은 철저히 옛 도공의 방식을 써서 웅천 찻사발을 재현했다. 가마가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보개산 기슭은 15세기 후반부터 도공들이 조선 사발을 만들던 유서 깊은 곳이다. 그는 날마다 보개산을 오르며 삼백토(백·황·적 세 빛깔의 흙)를 한 배낭씩 파와서 1년에 서너 번 너구리 가마에 불을 땐다.
보개산 곳곳의 흙 속에 묻혀 있던 수천점 도편(사기조각)은 말 없는 스승이었다. 거기에 담겨 있는 조상의 숨결을 온전히 되살리는 것이 그의 목표였고, 20여년 시행착오 끝에 400년 전 웅천 찻사발을 재현해냈다. 제자 이승주(53)씨는 “선생님이 30년 이상 흔들림 없이 버틴 뚝심을 본받아 웅천도공의 맥을 잇고 싶다”고 했다.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때는 너구리 가마에선 2000여점의 막사발이 구워지지만, 세상에 나와 빛을 접하는 작품은 많아야 20여점이다. 제대로 된 그릇이 아니면 모두 깨뜨려가며 최 사기장은 웅천사발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다.
창원=글·사진 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