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여름 바다를 수놓아야 할 ‘한치’(사진)가 올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치 ㎏당 거래가는 2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9일 저녁 제주동문수산시장에선 한치 가격을 묻고 망설이다 돌아서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파장 시간임에도 한치 가격은 활한치 기준 ㎏당 5만원선이었다. 보통 여름 한치 가격은 ㎏당 2만5000원 내외였다.
제주지역 장마가 지난 6월 중순부터 50일 가까이 역대 최장기간 이어지면서 해수 온도를 낮춘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상 악화로 인한 조업 중단도 영향을 주고 있다.
난류성 어종인 한치는 표층 수온이 조금만 낮아져도 근해로 접근하지 않는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제주 근해 표층 해수 온도는 24~26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도가량 낮다.
제주도 해양수산국 관계자는 “어장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채낚기 어선들이 한치 대신 갈치를 잡고 있다”며 “이례적인 기상 상황과 윤달이 겹치면서 한치가 9월에도 잡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매 가격도 오르고 있다. 10일 성산포수협의 한치 경매가는 생물 기준 ㎏당 5만원(선어 ㎏당 3만원)까지 치솟았다. 도내 수산시장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냉동 한치만 ㎏당 2만5000원 선에 판매하고 있다.
식당들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한치물회가 여름철 별미지만 한치가 ‘금치’가 되면서 손님상에 내놓기 어려워졌다. 일부 향토음식점은 한치물회 가격을 1000~2000원 올렸고, 일부는 생물 대신 냉동 한치를 사용해 수요를 맞추고 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며칠째 활한치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손님들도 8월에 한치 먹기가 힘들다고 무척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