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대니얼 강(28)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3)를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5개월을 쉬고 재개한 투어에서 2연승을 질주한 대니얼 강은 이제 고진영(25)의 ‘1인자’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대니얼 강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655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기록해 공동 2위 리디아 고와 조디 이워트 섀도프(잉글랜드)의 14언더파 270타를 1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하며 상금 25만5000달러(약 3억원)를 손에 넣었다.
LPGA 투어는 지난 2월 호주오픈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가 지난달 31일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 인버네스 골프장에서 개막한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으로 재개됐다. 대니얼 강은 이 대회부터 2연승을 질주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LPGA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자는 2017년 11월 토토재팬 클래식과 블루베이 LPGA를 연달아 정복한 펑샨샨(중국) 이후 대니얼 강이 처음이다. 대니얼 강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가장 먼저 2승을 수확했고, 개인 통산 5승을 달성했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 4위 박성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를 포함한 한국 선수 상당수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에 머물며 미국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타 해외 교포 선수들이 LPGA 투어를 점령한 가운데 대니얼 강의 독주가 단연 두드러진다. 한국 선수들의 국내 체류는 이달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서 LPGA 투어의 ‘대니얼 강 천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니얼 강은 이날 최종 4라운드를 단독 선두 리디아 고에게 4타차로 뒤처진 단독 2위에서 출발했다. 리디아 고는 한때 대니얼 강을 7타 차이까지 앞지르며 우승을 굳히는 듯했지만, 10번 홀부터 시작된 4라운드 후반부에서 무너졌다. 14번(파3)·16번(파4)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범한 리디아 고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듯 더블보기를 치고 자멸했다. 리디아 고가 홀컵 2m 앞에서 보기 퍼트마저 놓쳤을 때 대니얼 강에게 우승 길을 열어 줬다. 대니얼 강은 18번 홀에서 파 퍼트에 성공해 1타차 우승을 확정했다.
대니얼 강은 앞서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 랭킹을 4위에서 2위로 끌어올렸다. 다만 마라톤 클래식 우승으로는 고진영의 랭킹 1위를 빼앗을 수 없다. 대니얼 강은 경기를 마친 뒤 “세계 랭킹 1위가 내 목표”라며 “랭킹 1위에 올라도 내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목표를 향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대니얼 강은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동력으로 일관된 경기력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집념을 꼽았다. 그는 “중단됐던 투어가 재개된 뒤에도 일관성 있게 경기하고 있다. 내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110%의 노력을 쏟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