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국 의회에서 대규모 정보기술(IT) 기업 수장들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가 진행됐다. GAFA라는 이니셜로 표시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코로나19로 화상회의 형태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이들 기업 수장이 함께 청문회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미국 정부나 의회의 의사결정이 다양한 형태로 직·간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의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
거대 IT 기업에 대한 규율은 이미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온 중요한 이슈다. 동시에 또렷한 기준이나 원칙 마련이 쉽지 않은 복잡한 이슈이기도 하다. 굴뚝산업과 비교할 때 시장의 범위나 가격 등에 대해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지역적으로 시장 범위를 획정하기도 쉽지 않고, 서비스의 유사성 내지 대체 가능성을 기준으로 상품시장을 구분해내는 것에도 논란이 따른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광고에 의존하면서 소비자에게 무료서비스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그래서 가격 개념 자체가 애매해지고 있기도 하다.
알고리즘이나 데이터가 이들 기업 사이의 경쟁이나 시장 메커니즘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정리된 것이 별로 없다. 시장경쟁과 별개로 몇몇 주요 IT 기업들은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 사이에 중요한 소통 창구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이들 기업에 대한 규율은 시장경쟁에 대한 논란을 뛰어넘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복잡한 논란을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청문회에서는 현 단계의 논의 상황이 상당 부분 그대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이 시장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문제의식이 부각되기도 했고, 이들 기업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비판하는 발언도 나타났다.
그렇다면 청문회를 통해 나타난 가시적 결과는 무엇인가? 많은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고 정책적 제안도 다양하게 나타나고는 있지만, 현재로는 이를 결집해 명확한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임을 청문회가 그대로 보여줬다. 미국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의회를 통한 본격적인 추가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해 청문회를 계기로 경쟁 당국이 각각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해 조사 중인 사안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에 관심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경쟁 당국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고, 어떤 식이건 지루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최근에는 틱톡 및 위챗으로 대표되는 중국 IT 기업들의 주요 서비스를 타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백악관 입장이 새로이 주목을 받게 됐다. 틱톡과 위챗을 통한 정보수집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진정한 이유인지 단순한 명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행정명령을 통해 해당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 국내의 관계 기업이나 이용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우리나라 정부에는 어떤 형태의 메시지가 올 것인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결정이 인터넷 세상의 분절화를 촉진하는 것은 아닐지, 그 경우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지의 이슈도 제기될 것이다.
이 영역에서의 논의는 적어도 한동안은 변화무쌍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국제 사회로부터 우리나라의 정책적 입장이 어떠한지 확인하고자 하는 압력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리는 인터넷 세상은 어떠한 것인지, IT 기업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에 관해 더욱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