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정치의 근본이다. 부동산이 공평하고 조화롭지 못하면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없다. 정치가 바르지 못하면 각종 경제활동이 제대로 될 수 없다.” 2800년 전, 국가의 기본계획 수립 원칙을 제시하면서 관자가 한 말이다.
요즘 온 나라가 부동산을 둘러싸고 요란하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 원인은 유동성과 이자율,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만이 아니다. 근본 원인인 부동산 시장의 불투명성이 간과되고 있다.
2018년 현재 부동산 자산은 1경3300조원으로 국부의 86%를 차지한다. 그러나 여전히 재산세 총액은 전체 부동산 가격의 0.15% 내외, 양도소득세 등 개발이익 환수액은 불로소득의 1%에 그친다. 왜 그럴까? 허점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러한 의문은 대부분 부동산 시장의 불투명성에 기인한다. 사실 우리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 수준은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 안팎으로 커졌지만,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JLL이 2년마다 발표하는 지표에서 우리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 순위는 세계 31위(2018년)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부동산 소유정보, 가격정보, 거래정보, 사업자정보 등 아직 깜깜한 곳이 너무나 많다. 부동산 사업자 실태 조사는 그나마 일부 있으나 부동산 소비자 실태 조사는 거의 없다.
부동산 업체의 허위·과장 광고, 허위·부당 매물정보, 가격담합과 시세조작, 거래유인 행위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자와 소비자,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정보 불균형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부동산 정보의 왜곡은 부동산 시장을 어지럽히고, 부동산 시장의 불투명성은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그 결과로 분출하는 국민의 분노를 지금 우리는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 정책의 시행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시장의 불투명성을 악화시키는 교란 행위를 감독하고, 지하경제로 남아 있지 않게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며, 산재해 있는 감독기관 간의 연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부동산개발업, 임대 및 관리업, 중개 및 평가업, 부동산금융 및 투자자문업 등 부동산 산업 전반에서 사후 구제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혼자 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없다. 투명화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시민사회와 협업체계, 거버넌스를 재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장 투명성이 강화될 때 정부 정책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신(無信)이면 불립(不立)이라고 하지 않던가?
“시장은 재화유통의 중심지이다. 재화의 유통에서 부당이익이 생기지 않는다면 온갖 일이 잘될 것이다. 온갖 일이 잘되면 모든 재화의 쓰임에 절도가 있게 될 것이다.” 이 말 역시 2800년 전, 관자가 했던 말이다.
정희남 강원대 부동산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