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작심 비판한 진중권(사진) 전 동양대 교수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9일 설전을 벌였다. 신동근 의원은 “오로지 친구 꾸기(조국)에 대한 적개심에 휩싸여 있다”고 했고, 이원욱 의원은 “예전의 명징함을 찾으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 번 뜨악했던 적이 있었다”며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서 돌아서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우선 2017년 대선 후보 토론회 당시 문 대통령이 극성 지지자의 문자폭탄, 악성 댓글 등에 대해 “경선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고 했던 발언을 들었다. 또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방명록에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됐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은 내용,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발언을 꼽았다.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신 의원과 이 의원은 진 전 교수 글을 반박했다. 앞서 진 전 교수의 ‘의전대통령’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인 적 있는 신 의원이 가세했다. 신 의원은 “대통령이 꾸기(조국)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똑같이 적의의 대상이 된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차명진 전 의원 모두 30년 전만 해도 내로라하는 노동운동가, 진보주의자였다. 그들이 지금은 광장에서 태극기를 휘두르고 있다”며 “한 번 탈선하면 나중에 가닿을 곳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는 곧장 “적개심이니 뭐니 어설픈 ‘궁예질’ 그만하시고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하시라”며 맞받아쳤다.
이 의원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대사를 인용해 진 전 교수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주인공 도로시가 “뇌가 없는데 어떻게 말하냐”고 하자 허수아비가 “인간들도 생각 없이 지껄인다”고 답하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진 전 교수의 과거 명징함을 떠올리는 분들은 통탄해하고 애석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보적 학자로 그간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 진 전 교수는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친문재인 저격수로 변신했다. 지난해 말까지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지만 간신이 너무 많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삼갔다. 그러나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 단행 등 여러 국면을 거치면서 진 전 교수는 “문제의식 없는 의전대통령” “대통령이라기보다 PK(부산·경남) 친문 보스” “노무현과 문재인은 지적, 윤리적 수준이 다르다”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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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