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에 이어 남부까지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전국이 신음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32년 만에 최대 호우 피해를 봤으며, 침수지역 복구가 안 된 상태에서 태풍 ‘장미’까지 북상 중이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는 7∼9일 사흘간 집중호우로 10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홍수와 침수 피해로 3000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8일 오후 6시에는 광주 북구 동림동 수변공원에 있는 사설 납골당이 침수돼 1800기 납골묘가 물에 잠겼다. 유가족 100여명은 유골함이라도 건져보려고 납골당을 찾았으나 물이 빠지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
전남 곡성, 전북 장수에선 산사태로 각각 5명과 2명이 숨졌다. 7일 오후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주택 5채를 덮쳐 5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8일엔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서 산사태가 나 주택 1채를 덮쳤다. 매몰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부부는 은퇴 이후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삶터를 잃은 이재민이 속출했다. 8일 낮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 50~100m가 붕괴돼 4개 마을 주민 300여명이 면사무소 옆 문화센터로 긴급 대피했다. 경남 창녕군에선 낙동강 제방이 무너져 이방면 장천리 구학마을과 죽전마을이 물에 잠겨 주민 369명이 고립됐다.
농작물과 가축 피해도 컸다. 전북 남원과 순창에서 소와 돼지, 닭, 오리 농장 49곳이 물에 잠기거나 부서졌고 풍천장어로 유명한 고창에선 장어 치어 11만4250마리가 폐사했다. 전남 곡성과 구례의 육상 양식장에서도 양식어 432만4000마리가 사라졌다. 구례에서는 소와 돼지 총 3650마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구례읍 양정마을 축사 인근 주택 지붕에는 물을 피한 소들이 올라가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충남 금산에서는 용담댐이 초당 물 3200t을 방류하면서 부리면과 제원면의 하천 제방이 무너져 인삼밭이 잠겼다. 이로 인해 3년 넘게 키운 인삼을 모두 수확할 수 없게 됐다.
도로와 다리가 끊기고 비행기와 열차도 멈춰섰다. 광주 평동역 1층 대합실이 침수돼 광주 지하철 1호선은 녹동∼도산역 구간만 운행했고, 광주공항은 전날부터 모든 운항이 중지됐다. 월곡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광주선 모든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가 9일 오전 재개됐고 선로 침수로 중단됐던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KTX와 일반열차 운행도 다시 시작됐다.
최대 420㎜의 폭우가 내린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는 물이 빠지자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널브러진 LP 가스통과 냉장고, 테이블, 상품 등이 나뒹굴었고 장터로 이어지는 다리엔 각종 집기가 쓰레기와 뒤엉켜 폐허를 방불케 했다.
충북에선 지금까지 7명이 실종됐으며 9일 오후 4시44분 제천시 청풍호에서 70대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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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선임기자, 전국종합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