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발단이 된 ‘인공 수초섬 고정작업’ 지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로 실종된 권모(57)씨 가족들은 9일 사고를 당한 권씨의 근무일지를 공개하라며 춘천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권씨 여동생은 “춘천시는 악천후 속에서도 부유물을 제거하라고 월·화·수 내리 일을 시켰다”며 “오빠가 적어도 사고 전날 수초섬 고정 지원 작업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종된 이모(32) 춘천시청 주무관의 자동차 블랙박스에 녹음된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이 주무관 가족은 “‘네, 지금 사람이 다칠 것 같다고 오전은 나가지 말자고 하시거든요’라는 말이 녹음돼 있었다”며 “‘미치겠네 미치겠어’ ‘나 또 집에 가겠네, 혼자만 징계 먹고’라는 말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블랙박스와 이 주무관의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상부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그러나 시는 작업을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실종된 이 주무관이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수초가 떠내려간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무리한 작업을 하지 말라는 팀장 지시가 있었지만, 작업을 계속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자 실종자 가족들은 “모든 책임을 실종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반발했다.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11시34분쯤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7명이 물에 빠졌다. 현재까지 1명이 구조되고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3명은 수색 중이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