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된 한반도의 화해와 치유를 위해 세계교회와 함께하는 ‘2020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 연합예배’가 9일 경기도 부천 성은교회(허원배 목사)에서 드려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예배에서 참석자들은 “남과 북, 북과 남이 서로 하나의 민족임을 자각하고 당당히 세계 속에서 화해와 평화, 통일과 번영의 새 언약을 선포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2013년 부산 총회 당시 전 세계 교회가 매년 8월 15일 직전 주일을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로 지킨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남쪽의 NCCK와 북쪽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은 1989년부터 매년 공동으로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문을 작성해 왔다. 올해는 NCCK의 기도문 초안에 대해 북측이 답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합예배가 진행됐다. 공동 기도문에 대해 북측이 침묵을 지킨 건 31년 만에 처음이다.
이홍정 NCCK 총무는 예배에 앞선 환영 인사에서 “2020년 분단의 자리에서 미완의 해방 75년, 끝나지 않은 전쟁 70년을 기억한다”면서 “평화 외에 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 다시는 분단과 냉전의 길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예배는 십자가를 앞세우고 개신교와 가톨릭의 공동번역 남측 성경과 조그련의 북측 성경이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육순종 목사가 ‘평화와 통일을 향한 부르심’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육 목사는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목에서 교회가 남·남 갈등을 극복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기도문은 NCCK 소속 교단 목회자와 연합기관 대표자들이 낭독했다. 기도문 초안을 담당한 송병구 색동교회 목사는 “분단의 현실 때문에 온전히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이 땅을 주여, 불쌍히 여겨 주소서”라고 외쳤다. 한국교회남북교류협력단 공동대표인 나핵집 목사는 파송사를 통해 “평화는 폭력의 모든 음모보다 더 강력하다”며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전협정 70주년을 맞는 2023년까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한반도 평화 선언으로 명명된 서명 운동은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들 것, 제재와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해결할 것, 군비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시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투자할 것 등을 촉구한다.
부천=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