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본류 9년 만에 홍수주의보… 오늘도 강변 간선도로 통제할 듯

입력 2020-08-07 04:03
119구조대가 6일 경기도 파주에서 집중호우로 창문까지 침수된 시내버스에 접근해 승객들을 보트로 옮겨 태우고 있다. 버스 안에 갇혔던 운전기사와 승객 4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뉴스1 제공

엿새째 이어진 중부권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급등해 9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강물이 주요 간선도로로 넘치거나 턱밑까지 차오르면서 서울을 비롯한 강 인근 도시 교통은 마비됐다. 강원도 춘천 의암댐에선 배 3척이 전복돼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서울시 한강홍수통제소는 6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한강 본류에 홍수주의보를 내렸다. 홍수특보 기준점인 한강대교의 수위는 한 시간 후 홍수주의보 발령 기준선인 8.5m를 넘겼다. 한강 본류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건 2011년 7월 28일 이후 9년 만이다.

비는 서서히 잦아들어 서울의 호우경보가 해제됐지만 한강 수위는 꿈쩍하지 않았다. 상류의 대형 댐들이 방류한 초당 수만 t의 물이 계속 유입됐기 때문이다. 초당 1만8000t 안팎의 물을 방류한 팔당댐이 결정적이었다. 팔당댐 방류량은 2006년 장마 때 초당 1만9200t을 방류한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한강 하류 유량 또한 초당 2만t 이상이어서 7일까지도 서울 강변 주변 간선도로 교통 통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6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바라본 올림픽대로가 물에 잠겨 있다(왼쪽). 서울에는 오후부터 비가 그쳤지만 한강 수위가 여전히 높아 간선도로 통행 제한이 이어졌고 이 여파로 시내 곳곳의 도로가 몸살을 앓았다. 이날 오후 노원구 동일로 태릉입구역 방향이 교통 정체를 빚고 있다. 윤성호 기자, 뉴시스

한강이 불어나면서 강변북로·내부순환로·올림픽대로·동부간선도로 등 시내 도로 7곳의 진입이 제한돼 혼잡이 극심했다. 이른 새벽부터 동부간선도로는 전 구간을, 나머지 도로는 한강과 가까운 저지대 구간 통행을 막아 우회 차량들이 주변 도로를 메웠다.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몰리면서 주요 지하철도 만원이었다.

지대가 낮은 시내 한강공원 11곳은 모두 수몰됐다. 서울시는 피해 복구 때까지 진입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도로에는 구멍(포트홀)이 2300개 이상 뚫렸고, 29명의 이재민이 나왔다.

춘천 의암댐에선 수위 70m의 깊은 물에 경찰 등 8명이 빠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폭우로 수질 정화용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가자 섬을 밀어올리던 구명보트와 구조에 나선 경찰정과 행정선이 잇따라 전복됐다. 행정선에 탄 안모(60)씨는 자력으로 탈출했지만 나머지 7명은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강 하류로 휩쓸려내려갔다. 실종자 중 이모(69)씨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20㎞ 떨어진 남이섬 선착장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비슷한 시간 곽모(69)씨는 13㎞ 떨어진 춘성대교 주변에서 탈진 상태로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곽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와 우비가 목숨을 살렸다.

춘천의 남이섬도 집중호우와 소양강댐 방류로 완전히 물에 잠겼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는 산사태로 클럽하우스를 정비하던 근로자 3명이 흙에 묻혔다가 1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총 18명이 숨지고 15명이 실종됐다.

7일에도 비는 내릴 전망이다. 충청과 호남, 경북 북부 일부 지역엔 오후부터 시간당 50~8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도 비는 계속 이어진다. 8일엔 경기 남부, 강원 남부, 충청, 경북 북부에 강한 비가 내리고 9일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다음 주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주환 김지애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