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우수한 의료자원과 성공적인 국가암검진사업에 힘입어 세계적인 암 치료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이 완치된 국내 암 생존자의 수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가 점차 중요한 보건 이슈가 되고 있다. 이차 암은 암 생존자가 원래 앓았던 암과는 무관하게 새로 발생하는 암을 의미하며 암의 재발이나 전이와는 다르다. 암 생존자의 이차 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 보다 약 1.1∼1.6배 정도로 약간 높은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유전적으로 연관된 암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인데, 유전성 대장암 환자가 자궁내막암이나 위암, 십이지장암 등에 잘 걸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로 흡연·음주, 불규칙한 식습관 등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나 환경적인 영향으로 인해 이차 암이 발생하는 경우로 흡연자가 폐암 완치 후 두경부암, 식도암이 발생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등 암 치료의 영향으로 정상세포의 유전자가 변이되어 이차 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젊은 여성이 림프종 치료를 위해 흉부 방사선 치료를 한 경우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차 암은 빨리 발견될수록 치료성적이 향상되므로 정기적인 암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 암 생존자에게 특화된 국내 이차 암 검진 권고안은 없으나, 이차 암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걸리는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6대 암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이용한 주기적인 검진을 추천한다. 이와 함께 담당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원발암의 종류와 유전적 성향에 따라 적절한 검진항목을 추가하고, 가족의 암 검진에 대해 적절한 권고를 받는 것이 좋다.
국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생존자들의 이차 암 검진율은 28∼55%정도로 미국 암 생존자들의 검진율 보다 현저히 낮다. 이미 한번 생겼는데 설마 또 생기겠냐는 지나친 낙관론과 주치의가 원발암의 재발이나 전이에 초점을 맞춰 시행한 컴퓨터단층촬영 검사나 혈액 검사들이 내 몸에 생길 수 있는 모든 이상을 다 발견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이차 암 검진율을 낮추는 한 원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정기적인 암 검진에 더해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생활습관 개선이 뒷받침 된다면 힘든 암 치료 과정을 이겨낸 암 생존자들이 이차 암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힘찬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연주 원자력병원 종합암검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