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나서는 의사들… 진정 무엇을 얻으려하나

입력 2020-08-11 17:44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정책 개선이 없다면 14일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공공 의대 설립 등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지난 2014년 3월 원격의료를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나선 이후 6년 만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일 정부에 ▲의대 정원확대 철회 ▲공공의대 설립 계획 철회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비대면 진료 정책 중단 ▲의협과 민관협력체계 구축 등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는 14일 전국의사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앞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추진 등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나선 바 있다. 2000년 7월1일 정부의 의약분업 시행을 앞둔 상황에 6월20일부터 26일까지 의료계가 집단 휴업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의약분업을 막아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김재정 당시 의협회장이 집단 휴업 지시를 내리고 170개 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이외에 전국 3000명의 의사가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기도 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과 영리병원 추진을 막기 위해 실시했던 집단휴진은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 2014년 3월10일 당시 노환규 의협회장은 원격의료 등에 반대하며 전국의사총파업을 시행했다. 이들은 원격의료를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의협 노환규 전 회장과 집행부는 회원들에게 집단휴진을 동참할 것을 요구한 혐의로 법정공방에 들어갔고 6년이 지난 올해 3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8년 3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막아내겠다며 의협 회장에 오른 최대집 회장은 대정부 투쟁을 수차례 예고했다. 하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때문에 투쟁에 대한 ‘면피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0월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현 집행부를 대신할 ‘문재인 케어 저지 및 수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코자 했지만, 무산되면서 집행부 중심의 투쟁을 이어갔다. 지난해 4월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를 발족시키며 최 회장이 9일간의 단식으로 투쟁에 대한 내부동력을 키웠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문재인 케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투쟁도 하지 않아 기만했다며 최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이 상정되기도 했지만, 부결되며 의협 집행부에 힘을 실어줬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진료의 대안으로 비대면진료(원격의료)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최 회장은 ‘극단적 투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후 정부가 ▲의대 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자 ‘강경투쟁’ 노선으로 결정했다.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고 공언하던 최 회장의 발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의협은 의대 정원확대와 공공의대 신설과 관련해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배치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안전성·유효성 검증 없이 시범사업에 들어간 사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이 되려면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등에 대한 근거가 필요한데 첩약 급여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거듭 대화를 통해 극단적인 파업을 피하고자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정해진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의협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지 않는다면 오는 14일 전국의사총파업을 시작으로 2차, 3차 파업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정부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의료계와) 대화 창구를 상시화 하는 방법으로 파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혹시 모를 진료 공백에 대비해 국민 피해가 없도록 진료체계를 고안하고, 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