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표적치료제’ 제한 풀어달라

입력 2020-08-11 17:50
국내 췌장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제한된다며 치료 기회를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외국 등에서 승인된 치료제들이 ‘췌장암’에서 만큼은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아 현실적으로 적응증 확대 및 국내 도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췌장암 말기인 동생에게서 BRAF V600E라는 유전자 변이가 나왔다. 여기에 라핀나와 매큐셀이라는 약을 쓸 수 있는데도 췌장암에는 법적으로 처방이 불가하다고 한다. 시도해 볼 수 있는 항암제를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국내에서 한국노바티스의 ‘라핀나캡슐+매큐셀정’ 병용요법은 지난 2017년 12월 흑색종 치료제로 허가받았고, 지난해 3월 BRAF V600E 유전자 변이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적응증이 추가돼 현재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 췌장암 환자에게는 적응증이 없어 사용이 불가하다. 우상명 국립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같은 유전자 변이가 나타났기 때문에 시도는 해볼 수 있다”면서도 “췌장암은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1~2건의 보고로 적응증을 획득하긴 쉽지 않다. 또 췌장암에서 해당 유전자 변이율은 3%정도밖에 안 돼 임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바티스도 근거 부족으로 적응증 추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췌장암에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는 매우 제한된다. 췌장암 특성상 치료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되는 치료제가 없고, 환자 수가 적거나 임상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약물 개발 또는 적응증 획득으로 가는 길이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쓰고 있는 약제라고 해도 국내에서 승인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황진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유전자 변이가 있어 표적치료제 치료를 한 환자의 기대여명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길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며 “참여한 환자 수가 적어서 유의미하다고 볼 순 없지만 더 이상 기대할 곳이 없는 췌장암 환자라면 한 번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전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