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주식투자 열풍으로 올 상반기 해외 주식투자액이 역대 3위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국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저앉았다가 반등하는 국면에서 테슬라·아마존 등 해외 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가 급증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 규모가 253억5000만 달러로 2017년 하반기(264억6000만 달러)와 그해 상반기(261억 달러)에 이어 반기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고 6일 밝혔다. 전년 동기인 지난해 상반기(239억7000만 달러)보다 5.8%, 직전인 지난해 하반기(188억2000만 달러)보다는 34.7% 늘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글로벌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투자가 많이 늘었다”며 “주요국이 적극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 부양 정책을 쓰면서 주식시장이 괜찮은 흐름을 보였기 때문에 해외 투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7년에는 정부가 해외 투자를 장려하면서 내국인 해외 주식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당시 정부는 해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제공했다. 지속적으로 국내에 쌓이는 달러를 해외로 내보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내국인이 해외 주식을 사들이면 국제수지 측면에서는 자산으로 잡힌다는 이점도 있다.
상반기 해외 주식투자 증가세는 정부가 유도한 과거와 달리 개인이 스스로 몰려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아니라 해외 주식을 직접 사들였다는 점에서도 양상이 다르다.
해외 투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월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47억6000만 달러 늘어 4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식투자는 2016년 3월부터 52개월 연속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 부진을 겪은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191억7000만 달러 흑자로 2012년 상반기(96억5000만 달러) 이후 8년 만에 가장 적은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다만 한은이 당초 전망한 흑자 규모(170억 달러)보다는 22억 달러 가까이 높은 실적이다.
박 국장은 “서비스·본원·이전소득수지를 합쳐 75억 달러 적자를 예상했는데 실제는 48억 달러 적자로 폭이 크게 축소됐다”며 “5~6월 수출이 점차 회복되면서 상품수지 악화 폭도 덜했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