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쏟아지는 폭우에 출근 걱정과 함께 잠든 A씨(25)는 6일 새벽 문자를 확인한 뒤 안심했다. 기상 악화로 도로 통제가 이뤄졌으니 재택근무를 권장한다는 회사의 공지 덕분이었다. A씨는 “그동안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업무 진행에 문제가 없었던 덕에 이런 공지가 내려오는 게 가능했던 것 같다”며 “안전과 효율 측면에서 모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작된 재택근무를 역대급 장마가 다시 불러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으로 자리하면서 대부분 사무실 출근이 재개됐지만 기상 상황이 악화되자 다시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기업이 등장한 것이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의 장마가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는 이날 오전 6시35분쯤 구성원들에게 ‘비상 기상 상황으로 인한 원격근무 안내’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내 게시판에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사내 메신저와 문자 등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했다. 서울·경기 지역 도로들이 통제되고 있는 만큼 출근길 안전이 우려돼 일시적 원격근무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네이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올해 초 임산부 직원과 만성질환 영아와 노부모를 돌보는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해 왔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자 지난 2월 26일 전원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 지난 3일 사무실 출근(정상 출근)을 재개한 상황이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2018년 태풍 솔릭 당시 원격근무를 장려한 적 있다”며 “구성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업무환경 변화는 이미 시작돼 재택근무는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했다. 어느 곳에서 일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부서에 따라 자율적으로 재택근무 중이다. 일부 부서는 최근 집중호우가 반복되자 기상 상황에 따라 재택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돼 자연스럽게 가능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는 고모(30·여)씨도 코로나19로 시작된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 중이다. 고씨는 이날 아침 휴대전화에 와 있는 호우주의보 관련 재난문자 6개를 확인한 뒤 재택근무를 결정하고 회사에 의사를 전달했다. 고씨는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날씨를 이유로 집에서 근무한다는 건 아예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고 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은 18.2%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한 직장인은 81.8%로 4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이 중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77%였다. 재택근무 실시 여부가 입사 또는 이직 시 기업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직장인도 65.1%였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