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최근 정부를 비판해 온 권경애 변호사가 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한 글의 내용이 충격적이다. 권 변호사는 게시글에서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통화한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추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밝혀졌다.
파장이 일자 한 위원장은 6일 권 변호사와 통화한 사실이 있지만 시간은 보도가 나간 후 1시간 이상 지나서였고, 내용도 MBC 보도와는 관련이 없었으며 사전에 보도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그러자 권 변호사는 페북에 글을 올려 통화한 시간은 오후 9시쯤이 맞다고 수정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내용을 털어놨다. 당시 1시간30분 정도 이어진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 검사장이 나쁜 놈들이니 꼭 쫓아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당시 MBC 보도에서 한 검사장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는데도 한 위원장이 실명을 거론해 여전히 권·언 유착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 위원장이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여권에 눈엣가시인 윤 총장 흔들기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권과 언론이 공모해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공작을 펼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권·언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은 5일 채널A 전현직 기자 2명만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4개월의 수사에도 핵심인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는 밝히지 못했다.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자초한 것이다. 권·언 유착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총장의 측근인 한 검사장을 솎아내기 위해 제보자와 MBC, 여권 인사들이 짜고 검·언 유착 프레임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보강수사도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권·언 유착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국정조사나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내외부에 휘둘리지 않도록 독립성이 보장된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사설] 별도 수사팀 꾸려 권·언 유착 의혹 규명하라
입력 2020-08-0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