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심상찮다. 수렴하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격차가 급기야 0.8% 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전주에 비해 2.7% 포인트 하락한 35.6%, 통합당은 3.1% 포인트 오른 34.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통합당 지지율(리얼미터 기준)은 창당 이후 최고치다. 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준 총선 효과는 불과 4개월을 못 버텼다.
한때 15% 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였다. 총선 직후만 해도 거칠 것 없어 보였던 민주당의 고공행진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꺾였다. 여기에 사회에 공정성 화두를 던진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문제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등 악재가 연이어 겹치면서 추락을 거듭했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이 결정타를 가했다.
민주당은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수의 힘으로 오로지 강하게, 더 강하게 밀어붙인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박 전 시장 사건의 경우만 해도 자성이나 진상 규명 의지를 밝히기보다 사건 축소에 급급했다. 부동산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실패로 판명된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의 토대 위에 새 정책을 내놓아야 했는데 반성은 없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 면피주의, 이런 것들이 국민들 눈에 독선과 오만으로 비치는 게다. 민주당이 지금의 ‘마이웨이’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지지율 역전은 시간문제다.
민심은 무섭다. 아홉을 잘해도 하나를 잘못하면 미련 없이 돌아선다. 그런가 하면 죽을 쑤다가도 잘하면 금방 태도를 바꾸는 게 여론의 속성이다. 그러나 요즘 민주당은 밀어붙이는 것 말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안 보인다. 민주당 의원조차 정부의 8·4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반대하는 지경이니 부동산 정책의 약발이 먹힐 리 만무하다. 야당과의 소통은커녕 당내 소통도 제대로 안 되는 게 민주당의 현주소다. 잘한 것 없기로는 통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은 통합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잇따른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다름 아니다.
[사설] 턱밑까지 쫓아온 통합당 지지율, 민주당이 자초했다
입력 2020-08-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