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피스 류호정’ 비난은 시대착오적

입력 2020-08-07 04:03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 차림 국회 등원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붉은 색 계열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류 의원의 사진을 본 일부 네티즌이 연이틀 악성 게시물을 올렸다. “너무 가볍다” “소풍 왔나” 등은 양반이다. 혐오 게시물이나 댓글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에는 “술값 받으러 왔냐” “술집 도우미 아니냐” 등의 성폭력적 게시물이 줄을 이었다. 보수 성향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류 의원을 향해 올린 게시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캐주얼한 원피스 차림이 국회라는 엄숙한 공간과 상황에 맞는 것이냐는 문제 제기는 그나마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그렇더라도 의원이 직장에 출근하는 여성들의 보편적 의상인 원피스를 입고 등원하는 걸 깎아내리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국회의 권위라는 게 양복으로부터 세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50대 중년 남성을 상징하는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국회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는 류 의원의 말이 와닿는다. 류 의원을 공격한 것은 네티즌이지 동료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하지 않았을 뿐 그런 시각을 가진 의원이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 류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에 대한 진보 네티즌들의 불만이 옷차림을 빌미로 표출됐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의원이 아무렇게나 옷을 입고 등원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국민의 대표들이 입법 활동을 하는 국회에서는 당연히 ‘적절한’ 복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 의원의 원피스 차림까지 적절하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류 의원을 공격하는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남성 우위, 젊은 여성을 낮춰보는 시각에 빠진 게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