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에서 중앙 현관까지 계단 없음
중앙 현관에는 계단이 넷
오르면 일 층이다
건물은 총 오층이라는데
일 층에서 반 층 내려가 후문으로 가는 문
그 아래 계단이 반 개
하나 같지 않은 얕은 계단이라
반 개
나는 중심을 잃고 휘청한다
고개를 낮추고 인사를 나눈다
이제 괜찮다 두려울 것 없다
오늘은 이렇게 낯설어도
계단 수를 외우면
건물은 친구가 된다
입학이다.
김학중 ‘포기를 모르는 잠수함’ 중
장애인에겐 비장애인이 하지 않아도 되는 셈법이 늘 요구된다. 저시력 장애를 가진 시적 화자는 입학식에서 처음 등교한 학교 건물을 오르고 내리는 것부터 긴장을 해야 한다. 완전한 계단이 아닌 ‘반 개’의 얕은 계단에 잠시 몸을 휘청하지만 계단 수를 외우면 “건물은 친구가 된다”고 씩씩하게 중심을 다잡을 줄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