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무더기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집단감염 주요 경로인 종교행사와 각종 다중이용시설을 모두 다닌 것으로 파악돼 비상이 걸렸다. 감염 속도가 빠르고 무증상 상태에서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는 코로나19 특성상 지역사회에서 이미 ‘n차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0시 기준 국내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5명 가운데 6명이 청주에서 발생했다. 모두 국적이 우즈베키스탄이지만 학업 등의 이유로 수년 전부터 국내에 머물러 해외유입이 아닌 국내 발생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청주 흥덕구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는 야외에서 1, 2부로 나뉘어 열렸고 1부에 300여명, 2부에 40여명이 각각 참석했다. 이들은 역학조사에서 행사 참석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주장했지만 행사장에서 빵과 우유를 나눠 먹었다는 진술이 나와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행사 참석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벌이고 있는 방역 당국은 336명 중 128명이 음성으로 나왔고 208명은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확진자들은 증상 발현 전후 대중목욕탕과 마트, 당구장,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시설과 대중목욕탕, 사우나 등에서 수차례 집단감염이 일어났던 만큼 방역 당국은 자칫 지역사회 유행으로 이어질까 긴장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 가운데 4명이 무증상이어서 이미 ‘조용한 전파’가 진행됐을 수도 있다.
청주 집단감염이 종교행사를 연결고리로 인근 지역까지 번질 조짐도 보인다. 종교행사 참석자 중 음성, 진천, 증평군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14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지역에만 1만60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고 불법체류자까지 합치면 실제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근로자는 대개 기숙사 등에 함께 살아 방역에 취약하다. 음성군과 진천군은 이날 각각 금왕읍, 진천읍 소재 이슬람 종교시설에 집회제한명령과 시설운영중단명령을 내렸다.
전파력이 빠른 코로나19는 이날 할리스커피 서울 선릉역점 집단감염에서도 1명의 추가 확진자를 내며 순식간에 4차 감염을 일으켰다. 할리스커피를 갔다가 양재동 식당(양재족발보쌈)에 방문한 확진자가 식당 운영자를 감염시켰고, 이 운영자의 지인 가족 가운데 1명이 격리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