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범람… 소양강댐 3년 만에 수문 열었다

입력 2020-08-06 04:01
5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가 계속된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채 고립돼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북부권에 닷새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철원군 한탄강이 범람했다. 철원군에는 지난달 31일부터 5일 오후까지 670㎜의 폭우가 쏟아졌다.

철원군에 따르면 5일 오후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쪽의 갈말읍 정연리와 동송읍 이길리 마을이 침수됐다. 정연리와 이길리 마을 주민 400여명은 인근 마을회관과 고지대, 군부대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김종연(54) 이길리 이장은 “오후 1시쯤 물이 조금씩 넘치기 시작하더니 2~3시간 지난 뒤에는 둑이 아예 터져버린 것 같다”며 “마을에 어른 허리만큼 물이 차오른 상황이며 100여명의 주민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민통선 밖인 갈말읍 동막리와 김화읍 생창리 마을 전체도 침수돼 주민 380여명이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춘천시민들이 5일 초당 3000t을 방류하는 소양강댐을 우산을 쓴 채 바라보고 있다. 강원지역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소양강댐은 3년 만에 수문을 열었다. 춘천=최현규 기자

한강의 홍수조절 최후 보루인 소양강댐은 수문을 열었다. 2017년 8월 25일 이후 3년 만이다. 1973년 10월 완공된 소양강댐은 지금까지 14차례 수문을 열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지사는 5일 오후 3시 수문을 개방하고 수위조절에 나섰다. 초당 방류량은 3000t이다.

소양강댐 수문 개방은 한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한강 수위가 높아져 서울 잠수교가 침수되는 등 도로 곳곳의 차량이 통제되고 있어 방수량을 늘리게 되면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춘천시는 긴급재난 문자를 통해 “댐 하류 하천변의 야영객, 어민, 지역주민 등은 대피를 바란다”고 알렸다.

5억t의 홍수조절 능력을 갖춘 소양강댐 수위는 5일 오후 3시 현재 191.54m였다. 제한수위를 1m가량 넘어선 것이다. 소양강지사는 일단 15일 자정까지 방류할 예정이며 강우 상황에 따라 기간이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소양강댐에서 방류한 물이 한강대교까지 도달하기까지 16시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강 수위가 1∼2m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철원=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