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에 부닥친 공공임대… 혐오시설 말 안나오게 질 높여야

입력 2020-08-06 04:05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정작 여당 의원들과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반대하면서 정책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현실을 외면하고 무작정 공급량만 늘리는 식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8·4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은 공공성 강화다. 청년·신혼부부 등 주택 수요층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목표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게 주요 골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5년 전체 임차가구의 25%가 공공임대주택이 될 수 있도록 확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지자체장뿐 아니라 지역 여당 의원들까지 공공임대주택 조성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다.

반발의 배경에는 공공임대주택이 일종의 혐오시설처럼 취급되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주거복지 측면에서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저소득층에게 나눠주는 정책을 펼쳐 왔다. 이는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긍정적이었지만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빈곤지대로 인식하게끔 한 부작용도 낳았다.

실제 공공임대주택은 민간 분양주택에 비해 내부 자재 품질이 떨어지고, 조경이나 문화시설 등 정주 환경도 좋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LH의 임대주택인 휴먼시아에 사는 사람들을 ‘휴거’(휴먼시아 거지)라 부르고, ‘엘사’(LH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의 준말)라는 차별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공공임대주택 단지가 들어설 지역민들은 집값 하락을 우려해 조성 반대에 나서는 등 지역 이기주의를 뜻하는 ‘님비’ 현상도 끊이지 않고 있다.

8·4 공급 대책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결국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 전환이 급선무다.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주거안전망이라는 사고가 먼저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민간주택에 버금갈 정도로 공공임대주택의 질을 끌어올리고, 취약계층만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형태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젊은층은 주거 공간을 스스로 꾸미고 구조를 바꾸면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5일 “정부가 무턱대고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만 하면 국민 정서와 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 대책을 두고 불협화음 논란이 커지자 여당은 이날 당정청협의를 열고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임대주택 확대 반대 논란에 대해 “협의가 충분치 않았던 점은 죄송하다. 더 많은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이현우 이택현 기자 feel@kmib.co.kr